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인 대만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 공장 건설을 위해 당초 계획보다 1800억엔(약 1조9000억원) 많은 9800억엔(약 10조1500억원)을 투자한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6일 보도했다.
TSMC는 생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발표 규모보다 투자액을 이같이 늘렸다고 신문은 전했다. TSMC는 일본 소니와 함께 구마모토에 공동으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해 2024년 말부터 12인치 웨이퍼를 월 4만5000장 생산한다고 작년 발표한 바 있다. 이곳에서는 22~28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의 반도체 제품이 생산된다.
세계적 자동차 부품업체 일본 '덴소'도 출자에 새롭게 참여했다. 덴소는 TSMC와 소니가 공동으로 설립한 자회사에 400억엔(약 4100억원)을 출자하고, 이를 통해 10%가 넘는 주식을 취득하게 된다. 570억엔(약 5900억원)을 출자하는 소니는 주식 10~20%를 확보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자회사에는 TSMC가 과반을 출자하고 소니는 20% 미만의 주식을 갖는다. 덴소는 3대 주주가 된다.
덴소의 투자가 더해지면서 신규 공장에선 당초 계획했던 22~28㎚ 칩 생산라인 외에 고성능 반도체인 12~16㎚ 칩 생산라인이 추가되고, 첨단기술 인력 고용도 1500명에서 1700명으로 늘릴 것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소니와 덴소가 주주로 참가함에 따라 이 공장에서 생산될 반도체는 소니와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기업들에 우선 공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지난해 세계 자동차 생산량이 1000만대 이상 감소하는 등 미래차 시장에서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한 셈이다.
아리마 고지 덴소 사장은 "전기 자동차 등 모빌리티 기술이 진화하면서 자동차 산업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수급해 자동차 산업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반도체 산업 재건 및 자국 내 안정적 조달처 확보를 위해 TSMC 공장 유치를 적극 추진해 관철시켰다. 지난해 12월 임시국회에서 첨단 반도체 공장 신·증설시 비용의 절반을 지원한다는 관련법 개정을 통해 예산 4000억엔(약 4조 1400억원)을 TSMC 공장 보조금으로 책정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