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지난해 양극재 핵심 소재인 전구체 원재료의 93%를 중국에서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액이 3조700억원으로, 2018년(1400억원) 대비 22배 급증했다.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원재료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해 유럽, 남미 광산업체와 직접 공급계약을 맺거나 합작투자를 통한 ‘소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5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양극재 핵심 소재인 전구체에 들어가는 산화텅스텐, 수산화칼슘, 수산화망간 등 원재료 수입액은 27억4903만달러(약 3조3000억원)였다. 이 중 93.1%인 25억6043만달러(약 3조700억원)어치를 중국에서 수입했다.
전구체 원재료의 중국 의존도는 2018년 83.9%에서 지난해 93.1%로 10%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음극재 소재인 인조흑연의 중국 의존도 역시 지난해 67.7%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핵심 광물인 리튬, 니켈, 코발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중국 업체들이 1차 가공을 거쳐 만든 원재료 가격도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구체와 함께 양극재에 쓰이는 리튬은 지난 11일 ㎏당 387.5위안(약 7만3000원)으로, 연일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올 들어 46.5% 급등했다. 통상 양극재 1t을 생산하려면 전구체 1t과 리튬 0.5t이 필요하다.
리튬의 국제가격은 중국 화폐 단위인 위안으로 책정된다. 세계 리튬 매장량의 60%가 남미의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염호(소금호수) 등 ‘리튬 삼각지’에 몰려 있지만 배터리 원재료인 수산화리튬, 탄산리튬 등 리튬 화합물 1위 생산 국가가 중국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블랙홀’처럼 광물 자원을 싼값에 대거 빨아들이고 있는 데다 광물을 가공해 만드는 원재료 시장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원재료 의존도가 커질수록 국내 배터리업계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엔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배터리 소재·완성차 업체가 광물과 원재료의 안정적 확보와 공급망 다변화에 나선 이유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말 독일 벌칸에너지와 2025년부터 2029년까지 수산화리튬 4만5000t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한 번 충전으로 500㎞ 이상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11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칠레와 캐나다, 호주 광산업체와도 리튬 공급계약을 맺었다.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 업체와의 합작을 통한 안정적인 원재료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중국 배터리 완제품 업체인 EVE에너지 등과 지난해 양극재 생산법인을 설립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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