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미국에서 킹사이즈 침대의 인기가 급등했다. 집에서 오랜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면서 개인공간 확보를 향한 욕구가 커진 데다 체중 증가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에서 20여년 이상 부부침대의 표준규격으로 통해온 퀸사이즈 침대의 위상을 킹사이즈 침대가 최근 추격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수면제품협회(ISPA)에 따르면 코로나19 동안 킹사이즈 침대 수요 증가폭이 다른 규격 침대를 모두 앞질렀다. 194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트윈사이즈 침대가 대세였으나 1950~1960년대 매트리스 제조사들이 킹사이즈 및 퀸사이즈 침대 판매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집중하면서 1999년부터는 퀸사이즈 침대가 가장 인기있는 규격이 됐다. 20년 이상 퀸사이즈 침대가 미국 침실의 ‘대세’를 이뤄온 가운데 코로나19를 계기로 킹사이즈 침대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는 뜻이다.
매트리스 제조사 템퍼씰리의 스콧 톰슨 최고경영자(CEO)는 “템퍼 등 일부 브랜드의 킹사이즈 침대 판매율이 코로나19 전보다 40% 가량 증가하며 현대 전체 판매 침대 중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며 “킹사이즈 침대의 인기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킹사이즈 침대용 침구는 자주 품절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족 사이에서 분란이 자주 일어나게 되자 부부들도 침대에서 ‘적정 거리’를 유지하려는 욕구가 커지면서 킹사이즈 침대 구매 증가로 이어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동안 재택근무를 하면서 움직임이 줄어들어 미국인들의 체중이 증가한 것도 킹사이즈 침대 수요 증가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또한 코로나19 기간 동안 침대에서 일을 하거나 TV를 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더 큰 침대로 교체하려는 수요도 늘어났다.
지난달 리서치회사 브랜디드리서치가 미국인 1만7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킹사이즈 침대를 구매한 응답자중 15%가 “배우자와의 적정 간격을 확보하기 위해”라고 답변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