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SMIC(중신궈지)가 미국의 제재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SMIC는 지난해 순이익이 17억달러(약 2조350억원)로 전년보다 138% 급증했다고 지난 12일 발표했다. 매출은 54억4000만달러로 1년 전에 비해 39%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0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이다.
CNBC는 “SMIC의 역대급 실적은 미국 상무부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뤄낸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20년 SMIC를 상무부의 제재 대상 리스트에 올렸다. 이로 인해 SMIC는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ASML의 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에 차질을 빚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제재에도 SMIC의 순이익이 대폭 증가한 것을 놓고 “5세대(5G) 이동통신용 스마트폰, 스마트 차량, 가전제품 등의 수요가 급증한 데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SMIC는 이날 발표에서 “지난해 세계적인 칩 부족 사태와 강한 수요세는 회사에 드문 기회를 제공했고 미국의 거래 제한 조치는 많은 장애물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SMIC는 사상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50억달러(약 5조9800억원)를 신규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투자액 45억달러보다 늘어난 것은 물론 사상 최대 규모다. SMIC는 신규 투자를 통해 8인치 웨이퍼 기준으로 현재 13만 개인 월간 반도체 생산 능력을 15만 개 수준으로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SMIC는 중국 반도체 굴기의 첨병 역할을 하는 기업이다. CNBC는 “지난 몇 년간 미국과 중국 간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핵심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싸움이 치열해졌는데 반도체도 그런 분야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SMIC 칭화유니 등 자국 반도체 기업에 대해 세제 지원, 보조금 지급 등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최근엔 SMIC가 상하이 자유무역지구에 세운 자본금 55억달러 규모의 합자회사에 중국 정부가 지분 3분의 1 이상을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