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장기 금리가 6년여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자 일본은행이 3년6개월 만에 국채를 무제한 사들이는 공개시장운영에 나서기로 했다. 시장에 “당분간 출구 전략은 없을 것”이란 신호를 주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일본은행은 오는 14일 10년 만기 국채 신규 발행분을 연 0.25% 금리에 무제한 매입하는 공개시장운영을 시행한다고 11일 발표했다. 장기 금리가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연 0.25% 이상으로 오르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일본은행은 2016년 1월부터 단기 금리를 연 -0.1%, 장기 금리를 연 ±0.25%로 유도하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펴고 있다. 일본은행이 공개시장 운영에 나서는 것은 2018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전날 일본 국채시장에서 10년물 금리는 연 0.23%까지 뛰었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이후 최고치다. 세계적인 장기 금리 상승세가 일본에서도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 원자재 가격 급등과 엔화 가치 하락으로 물가도 빠르게 상승해 장기 금리를 밀어올리고 있다. 12월 일본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0.5% 올랐다. 4개월 연속 물가상승률이 플러스를 나타냈다. 오는 4월이면 물가상승률이 2%에 도달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3년 반 만의 공개시장운영은 “일본도 조만간 출구 전략 시행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의 싹을 자른 것으로도 해석된다. 일부 시장 전문가는 일본은행도 유동성 공급을 축소하거나 기준금리를 올려 금융완화 정책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올해 적어도 세 차례 이상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는 등 주요국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 출구 전략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은 매우 작다”며 “금융완화 정책을 좀 더 오랜 기간 지속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은행이 금융완화 축소나 출구 전략을 논의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