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업무의 특성상 카카오톡을 손에서 뗄 수 없습니다. 중요한 메시지를 확인 못하면 큰일이 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직장인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카카오톡으로 업무 지시를 받다 급히 카카오의 다른 서비스를 사용해야할 땐 '더보기(…)' 메뉴를 종종 활용합니다. 스마트폰의 앱들 속에서 사용할 서비스를 일일이 찾을 필요 없이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카카오그룹의 서비스를 빠르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모빌리티(카카오T)를 눌러 택시를 잡거나 개인적으론 아현역 2번출구 부근에서 붕어빵을 사면서도 '더보기' 상단에 있는 카카오페이를 활용해 송금하곤 합니다.
문득 궁금증이 생겨 카카오모빌리티에 저처럼 카카오톡을 통해 카카오모빌리티로 유입된 유저수(트래픽)는 어느정도 되는지, 카카오 측에 수수료 등 대가를 지급하는지 문의했습니다. 실무진에 확인을 마친 카카오 관계자는 "(해당 방식으로) 유입되는 트래픽이 너무 미미하다보니 이와 관련해 카카오톡에 지급하는 수수료도 없다"면서 "운영팀에서도 카카오톡을 통한 트래픽이 적다보니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렇다면 한번 생각해 봅니다. 카카오가 미국 회사였다면 어땠을까요. 주주들의 집단 소송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미국이었다면, 이 소식에 당장 로펌들이 쾌재를 부를 지도 모릅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의 사업부문이 아닌 별개의 법인이기 때문입니다. 당장 카카오가 아닌 삼성, LG, SK 등 5대그룹의 계열사간 거래에서 이처럼 손을 놓고 있었다면, 그 여파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끼워팔기' '통행세' '부당내부거래' 등 익숙한 단어들도 떠오릅니다. '044-200...'으로 시작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전화가 회사에 걸려올 가능성도 큽니다.
더 큰 문제는 카카오페이입니다. 카카오톡은 월간 이용자가 4700만명에 달하는 자타공인 '국민 플랫폼'입니다. 소상인들의 경우 카카오톡 내에서 자신들의 상품이 조금 더 윗단에 노출되기 위해 막대한 광고비를 내야 합니다.
반면 카카오페이의 송금, 결제 등의 주요 서비스는 유저들의 선택과 무관하게 '더보기' 메뉴 최상단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를 만약 다른 회사의 서비스에 제공하면 카카오톡이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실제 카카오는 카카오톡 내 광고 위치를 조정해주는 '톡비즈' 사업으로만 연간 1조원의 매출을 거둡니다. 하지만 카카오페이가 이같은 특혜를 누리며 카카오톡에 수수료를 지급하는 지, 얼마나 지급하는 지, 어떤 방식으로 수수료를 책정하는 지 여부는 모두 '비공개'입니다.
카카오 측은 즉각 항변했습니다. 연간 공시(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 내 계열회사간 주요 상품·용역 내역)를 보면 "카카오페이가 자사에 지급하는 연간 수수료는 840억원에 달한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앞서 지적한 '자릿세'와 카카오톡으로부터의 유입된 트래픽에 따른 수수료에 대해선 "개별 사안은 비공개 방침"이라 전해왔습니다.
여기엔 다소 고개를 갸웃하는 점이 있습니다. 회사측 설명대로 카카오페이가 카카오에 지급하는 연간 수수료는 수억~수십억원에 그친 타 계열사대비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다만 이 금액은 카카오톡 내에서 카카오페이의 본업인 '간편결제서비스(PG)' 사용하는 데 따른 사용료를 포함한 모든 액수가 포함된 것입니다(공시에도 수수료 지급 사유를 '결제서비스 등'으로 명시했습니다). 카카오페이가 카카오톡 상단에 표출되는 등 계열사간 수혜에 따른 수수료는 어떻게 책정됐는지를 재차 묻자 관계자는 "세부 내용은 비공개"란 입장만 반복했습니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 자회사들은 이미 별도의 상장사입니다. 카카오의 100% 비상장 자회사일 경우에도 내부거래 문제가 불거질 수 있지만, 상장사들의 경우엔 명백히 카카오와 주주구성이 달라집니다. 자칫 카카오 주주 입장에선 카카오가 온전히 누릴 수익을 카카오엔 1원도 투자하지 않은 다른 자회사 투자자들에 이전해 주는 구조가 됩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들은 미국 대표 테크기업인 메타(옛 페이스북)가 자회사 인스타그램을 상장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합니다. 예를들어 페이스북에 포스팅한 글이 자동으로 인스타그램에 게재되거나 그 반대의 경우에 각 법인이 이같은 계열사간 거래를 어떻게 책정하고 대가를 지급할 지 문제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칫 각 법인 내 주주들이 이익 침해를 이유로 소송전을 펼칠 가능성도 생깁니다.
이때문에 최근들어 투자자들 사이에선 카카오 이사진의 안이한 의사결정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카카오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주요 이사진들이 정작 '그룹 확장'에 힘을 싣느라 기본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연관된 상충 문제도 살피지 못했다는 비판입니다. 카카오 주주들은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각 사업부 분할 과정에서 공시된 이사회 의사록을 열어보기도 하고, SK그룹 등 다른 이사회와 카카오 이사회의 결정 과정을 비교하기 시작했습니다. 3월 주주총회에선 주주들의 이해관계를 확실히 대변해 줄 이사진 선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수면아래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신임 카카오 대표로 임명된 남궁훈 대표는 "카카오 주가가 15만원을 회복할때까지 최저임금을 받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최근 카카오가 일으킨 많은 이슈들 때문입니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의미있는 행보라고 판단됩니다. 다만 이같은 '화끈한 행보'가 주주들의 근본적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변이 되긴 어려워 보입니다. 어쩌면 카카오의 최대 위기는 스톡옵션 고가 행사 논란이 아닌 똑똑해진 카카오 주주들의 '권리찾기'에서 시작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