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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라 폭락 막자"…터키, 금 모으기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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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에서 펼쳐졌던 ‘금 모으기 운동’이 터키에서 추진된다. 장롱에 잠자고 있는 자국민의 금을 끌어모아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리라화 가치를 안정화하겠다는 게 터키 정부의 구상이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누레딘 네바티 터키 재무장관은 전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터키인이 집에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2500억달러(약 299조원) 상당의 금 가운데 10%가 은행으로 유입되길 바란다”며 “일정 금액은 터키 중앙은행의 외화 수요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을 달러로 바꾼 뒤 시중에 공급해 리라화 가치 하락을 막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네바티 재무장관은 “터키인이 금을 은행에 맡기도록 하는 방안을 수일 내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터키 당국이 자국민에게 ‘긴급 요청’을 보낸 것은 리라화 가치가 폭락했기 때문이다. 10일 리라·달러 환율은 13.54리라로 1년 전(7.05리라)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가 반토막 났다는 뜻이다. 이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비상식적인 통화 정책 탓이라는 분석이 많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높이는 전통적인 방식 대신 거꾸로 금리를 내리는 정책을 펼쳤다.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해 9월 연 19%이던 기준금리를 넉 달 연속 인하했다. 현재 터키의 기준금리는 연 14%다.

지금까지 터키인이 모은 금은 230억달러어치에 달한다. 터키엔 결혼이나 출산 때 금을 선물하는 풍습이 남아 있어 가정 내 금 보유량이 많다. 금 모으기 운동이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터키 금융 시스템에 대한 터키인의 불신이 커서다. 이날 네바티 장관의 회의에 참석한 한 투자자는 “(금을 맡긴 것에 대해) 터키 당국이 높은 이자를 쳐줄 수도 있겠지만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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