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시장이 급랭하는 가운데 중대재해처벌법도 국내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에 가장 취약한 건설업종은 회사채 투자자들이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화건설은 지난 7일 회사채 발행을 위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중대재해처벌법을 투자 위험의 주요 항목으로 비중 있게 다뤘다. 한화건설은 “건설업종은 근로자 수 대비 사고율이 높은 산업군에 속해 비교적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법 위반 때 경영책임자의 경영활동 제한, 기업 이미지 저하 등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국내 기업이 증권신고서에 중대재해처벌법을 투자 위험 요인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 들어 HDC현대산업개발 사고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겹치면서 보험사·자산운용사·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건설회사 회사채 기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었는데 불미스러운 이슈까지 발생하면 회사채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기관투자가들이 상당히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분위기가 차가워지자 일부 중견 이하 건설사들도 이달 들어 올해 재무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당초 올 1분기 내 차입금 상환과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었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최근 주택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선 점도 건설사들의 자금 조달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기간 일부 건설사는 실적이 개선되면서 신용등급이 오르는 등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했다. 그러나 올 들어 이런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안희준 한국신용평가 평가정책본부 연구위원은 “유동성 축소,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차질 등의 이슈까지 부각돼 올해 신용등급별·섹터별 양극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화건설은 일단 계획한 회사채 발행을 예정대로 추진하고 있다. 한화건설은 오는 17일 총 10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10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시행한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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