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이 추가경정예산안 증액을 두고 불협화음을 냈다. 이들은 지난해에도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두고 서로 다른 주장을 펼쳐 당정 갈등이 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이 후보는 8일 서울 강서구 방신전통시장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단체 대표들과의 간담회 직후 기자들에게 "(홍 부총리가) 차가운 현실의 어려움을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폐업에 심지어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엄혹한 상황을 만든 것은 기본적으로 코로나19 때문이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짜디짠 정부지원으로 인해 발생한 일이라는 점을 정말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평소 가계지원이 적고,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은 국채비율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것은 자랑할 일도 아닌데 국채비율을 핑계 삼아 다른 나라보다 낮은 비율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은 국민을 위한 행정이라기보다는 숫자와 관료 자신을 위한 탁상행정 아닌가 아쉬운 생각이 든다"며 홍 부총리를 비판했다.
이어 "최대한 확대해서 추가적 손실에 대한 정부 책임을 분명하게 하자"며 "(제가) 당선되면 즉시 정부와 협조하고, 잘 안 되면 취임 직후 곧바로 긴급 추경을 하거나 가능하면 긴급재정명령을 통해서라도 50조원가량의 코로나 지원을 즉각 시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이와 정반대의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22년도 제1회 추경안 종합정책질의'에서 "(더불어민주당) 35조원, (국민의힘) 50조원 규모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말씀을 명백히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제출한 14조원도 국회에서 삭감이 있을 거로 생각한다"며 "소상공인 지원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물가에 미치는 영향, 국채시장, 국가신용등급, 거시경제를 다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두 사람은 지난해에도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두고 맞붙었다. 홍 부총리는 초과 세수에 대한 납부 유예로 재원을 마련하자는 이 후보의 주장에 반대하면서 "재정 기준과 원칙을 최대한 견지하라"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아닌 코로나19로 직격탄을 입은 계층에 선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반면 당시 이 후보는 "홍 부총리를 포함한 정책 결정 집행자 여러분은 따뜻한 방안 책상에서 정책 결정을 한다"며 "기재부를 해체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책상을 떠나 따뜻한 안방이 아니라 찬 바람 부는 엄혹한 서민의 삶을 직접 체감해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반박해 당정 간 갈등이 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