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으로 인한 브랜드 저평가
-기아에겐 호재, 지분구조 개선·전용 전기차로 성장 가속화
지난 7일, 기아가 중국 사업 확대를 위해 옌청시와 투자 확대 협약을 맺었다. 둥펑자동차그룹이 기아와 결별을 공식화 한 지 두 달만의 일이다. 지난해 11월 중국 국영자동차기업 둥펑은 기아와 합자사인 둥펑위에다기아 지분 25%를 장쑤위에다에 전량 매각했다.
둥펑이 기아 지분을 정리한 건 그룹이 거느린 합자회사 중 경쟁력이 가장 낮다고 판단해서다. 둥펑은 띠이자동차(FAW)에 이은 중국 내 두번째 국유자동차기업으로 2002년 닛산과 기아, 2003년 혼다, 2014년 PSA 등과 합자사를 세웠다. 하지만 최근 수년 간 닛산, 혼다를 제외한 모든 브랜드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둥펑은 2019년, PSA 합자가 가운데 하나인 둥펑르노의 판매 실적이 60% 이상 떨어지자 이듬해 르노와 갈라서기도 했다.
기아 역시 2016년 사드 갈등 이후 현대차와 함께 중국 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당시 연간 65만대를 판매하던 기아는 점진적인 쇠퇴를 거치다 지난해 15만대까지 떨어졌다. 여기엔 현지화 전략 실패 등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가격을 앞세워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토종 브랜드를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 것이 패착의 이유로 꼽힌다.
둥펑의 기아 합자사 지분 처리엔 각 사가 보유한 제품군에서도 이유를 찾는다. 둥펑과 손잡은 다른 합자사가 만들어내는 제품과 둥펑위에다기아 간의 차별화가 쉽지 않아 오히려 내부 경쟁이 치열했던 것. 게다가 둥펑의 일본계 합자 브랜드가 흥행을 거두는 상황인 만큼 이를 피하기 위해 둥펑위에다기아로선 주력 제품군을 달리 설정했지만 그 효과는 크지 않았다.
그동안 중국 내 토종 자동차 기업들은 오랜 기간 동안 합자사 체제를 통해 자체 R&D 역량을 키워왔다. 기아와 결별한 둥펑 역시 전기차 시대를 맞아 자체 플랫폼을 만들 정도로 성장했다. 중국 내 외자계 기업들이 자체 법인 체제로 돌아서도 큰 우려를 하지 않는 배경이다.
반면 이번 결별을 계기로 기아는 독자적인 사업체계를 재빨리 구축하겠다는 각오다. 흔히 말하는 둥펑의 간섭이 사라진 만큼 오히려 기회를 삼겠다는 의도다. 그리고 기아가 중국 사업의 투자를 늘리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둥펑의 지분을 기아가 아닌 위에다가 흡수한 점도 기아의 지속 성장 가능성이 여전히 잠재됐다는 방증이다. 둥펑이 사라진 두 회사의 동행은 이제 시작이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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