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금융감독원에 매년 지원해온 100억원 규모의 출연금을 더 이상 지급하지 않기로 하면서 금감원이 난감해하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 출신인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한은으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통보받았으나 우선 한은과 금감원 간 협상을 좀 더 지켜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해 12월 열린 금융통합위원회에서 금감원에 대한 출연금 지급을 중단하기로 하고 이를 배제한 올해 예산안을 확정 의결했다. 한은은 산하기관이던 은행감독원 등이 금감원으로 통합된 1999년부터 ‘금융감독기구설치법(현 금융위원회설치법)’에 근거해 매년 일정 규모의 예산을 출연했으며 2006년부터는 연 100억원을 꼬박꼬박 집행해왔다.
당초 금감원은 한은 측에 올해분 출연금으로 163억원을 요청했으나 한은은 금통위 의결 며칠 뒤 ‘납부 중단’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은 출연 중단 배경에 대해 “한은이 애초에 금감원에 출연한 동기는 금감원 설립 초기의 안정적인 운영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현재는 금융기관 수익이 증가해 금융기관 분담금만으로도 자체 경비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1999년 금감원 총예산의 31.2%를 차지했던 한은 출연금은 최근 5년간 2.7~2.8%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금감원은 그러나 이렇게 되면 각 금융회사 부담이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어 한은 결정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둘러싼 한은과 금융위 간 갈등이 이번 출연금 중단으로 이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은은 2010년에도 한국은행법 개정을 놓고 당시 금융위와 갈등을 빚던 중 출연금 중단을 통보했다가 협의 끝에 철회한 바 있다.
금감원 예산 감독 권한을 쥔 금융위에서도 한은 측 결정을 사전에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00억원이라고 해봐야 금융사별 추가 부담액이 5억원 남짓에 불과해 굳이 한은에 손 벌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호기/김익환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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