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에서 가장 큰 리모델링 추진 단지인 강남구 개포동 ‘대치2단지’의 시공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리모델링을 통해 1988가구의 새로운 대단지로 탈바꿈한다. 이 단지는 인허가를 위해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실험도 단지 내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대치2단지 리모델링 ‘속도’
대치2단지 리모델링 주택조합은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을 시공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하고 수의계약 협상을 진행한다고 4일 밝혔다.조합은 분양가, 브랜드 등 세부 조건을 확인한 후 오는 4월 총회를 열고 최종 시공사를 확정할 방침이다. 리모델링 사업은 시공사 단독 참여로 두 차례 유찰되면 수의계약으로 전환된다.
1992년 준공된 대치2단지는 최대 15층, 11개 동, 1758가구로 조성됐다. 새 아파트촌으로 각광받는 개포동에 있는데다 지하철 3호선 대청역과 수인분당선 대모산입구역이 주변에 있어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큰 곳이다. 지난해 7월 입주한 ‘디에이치자이 개포’(개포주공8단지 재건축)가 단지 맞은 편에 있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통해 최대 18층 1988가구로 거듭난다.
이 단지는 지난해 6월 사업비 등을 두고 갈등을 겪다 HDC현대산업개발·DL이앤씨 컨소시엄과 시공 계약을 해지했다. 전학수 대치2단지 조합장은 “강남권 대형 단지인 만큼 신용등급 ‘AA-’ 이상 등 신용도를 참가 자격으로 새로 입찰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치2단지를 비롯해 최근 강남권에서 리모델링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정부 규제로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 추진이 어려워지자 사업성이 좋은 강남권에서도 리모델링으로 선회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 리모델링 아파트 첫 일반분양을 진행한 송파구 오금동 ‘송파 더 플래티넘’(성지아파트)이 지난달 259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흥행에 성공하면서 주민들의 관심도 커지는 분위기다.
강남권 리모델링 추진 단지를 노리는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전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대치2단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건설은 서초구에서 ‘반포MV아파트’, ‘잠원동아아파트’, ‘잠원 롯데캐슬갤럭시1차’ 등의 리모델링 시공권도 따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대치2단지 인근의 ‘디에이치자이개포’와 ‘디에이치포레센트’(일원대우 재건축)에 이어 고급화된 시공 능력을 선보일 것”이라며 “강남권 리모델링 추가 수주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최종 인허가 통과 여부 관심
대치2단지가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할 수 있을지는 업계의 큰 관심이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에서 층수를 최대 3개 층 올려 짓는 방식이다. 수평·별동증축 리모델링에 비해 가구 수를 더 많이 늘릴 수 있다. 리모델링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사업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다만 수직증축을 하려면 까다로운 절차들을 넘어서야 한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1·2차 안전진단, 1·2차 안전성 검토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다른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반이 탄탄한 곳에 있는 ‘송파 더 플래티넘’을 제외하고 이 절차를 끝까지 통과한 곳은 아직 한 곳도 없다. 상당수 리모델링 단지가 수직증축을 포기하고 수평·별동증축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이유다.
2차 안전성 검토 절차를 밟고 있는 대치2단지는 수직증축을 위해 공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2차 안전성 검토는 국가 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국토안전관리원 등이 맡는다. 이례적인 공개 실험을 통해 안전성을 직접 입증하고 수직증측의 필요성을 공론화하겠다는 게 조합 측의 구상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에는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에서 층수를 올렸을 때 커지는 하중을 보조 말뚝으로 분산해 주는 ‘선재하(preloading) 공법’의 안전성을 검증하기도 했다. 당시 실험 현장에는 리모델링 학계와 건설사 관계자, 전문가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전 조합장은 “이달 단지 내에 설치한 별도 구조물로 추가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