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중국 제품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미국과 독일의 2~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내각부는 4일 '세계 경제의 조류' 연간 보고서를 발표하고 주요국과 중국의 무역구조를 분석했다. 내각부는 "일본이 미국과 독일에 비해 중국 수입의존도가 단연 높다"며 "(원자재와 제품의) 조달처를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구조가 계속되면 공급망이 정체될 경우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9년 기준 일본의 전체 수입(금액기준)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3.3%에 달했다. 미국은 18.1%, 독일은 8.5%였다.
단일 품목의 수입을 50% 이상 중국에 의존하는 수입 집중도는 더욱 심각했다. 5000여개의 수입품목 가운데 중국 비중이 50%가 넘는 품목이 일본은 1133개로 전체의 23.0%에 달했다. 미국(590품목·11.9%)과 독일(250품목·5.0%)보다 2~5배 높았다.
일본이 중국에 의존하는 품목은 핸드폰과 노트북 발광다이오드(LED) 관련 제품에서부터 장난감까지 다양했다. 중국의 경제성장으로 산업구조가 고도화하면서 제조업의 원재료인 금속과 화학공업 제품보다 가전제품 등 최종 소비재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졌다. 중국 의존도는 원재료와 저부가가치 상품에 국한될 것이라는 일반적인 인식과 대조적인 결과다.
통신기기와 전자제품의 중국 의존도는 거의 100%였다. 노트북과 태블릿PC 의존도는 98.8%에 달했다. 핸드폰 수입 의존도는 85.7%로 10년전인 69.1%보다 16.6%포인트 늘었다.
이 때문에 "중국의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면 제조업의 생산활동보다 소비가 더 큰 영향을 받는 구조"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내각부도 "공급부족이나 물류 정체로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일본은 수입상대국을 전환하기 어렵기 때문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노동집약형 제품의 수입 의존도는 떨어지는 추세였다. 2009년 일본은 신발의 91.7%를 중국에서 수입했지만 2019년에는 이 비중이 66%로 줄었다. 중국의 인건비 상승으로 노동집약형 상품의 수입상대국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한국 수입의존도는 2009년 4.1%에서 2019년 4.3%로 소폭 늘었다. 한국 비중이 50%를 넘는 품목은 160개로 3.2%였다. 중국과 미국의 283개(5.7%)에 이어 3번째였다.
코로나19 이후 미국과 유럽은 반도체기업의 지원을 강화하는 등 경제안전보장의 관점에서 공급망 재편을 진행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내각도 경제안전보장을 간판정책으로 내걸고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달 통상국회에 경제안전보장추진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네 가지 축으로 구성된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의 첫번째가 공급망 재편이다. 반도체 등 핵심 부품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법안이라는 분석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