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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부족시대부터 현대까지…의학에 대한 모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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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은 첨단 과학으로 무장한 강력한 지적 치료 도구다. 사회적 관계, 개인의 성향이 고려돼야 할 인간적인 학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의학은 인류 역사에서 과학의 발전 수준과 문화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왔다.

스위스 취리히대와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의학사를 가르쳤던 에르빈 H 아커크네히트가 쓴 《간추린 서양 의학사》는 복잡한 의학을 인간의 역사와 함께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의학사 분야의 고전이다. 서구 사회가 건강과 질병의 관점에서 몸을 이해해온 과정이 책에 담겼다. 학자 개인의 업적을 나열하는 대신 의학 발전의 거대한 흐름에 주목했다.

이 책은 마법과 돌칼로 질병을 퇴치하려 했던 고대 인류의 원시 의학부터 시작한다. 원시 부족은 초자연주의적 관념을 토대로 질병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했다. 신체 질환과 정신 질환을 구분하지 않았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의학은 질병을 초자연적 현상으로 여기지 않았다. 현대 의학 용어가 그리스어에 뿌리를 둘 만큼 그리스 의학은 과학적이었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의학 기술의 근원을 식이요법 관찰과 실천에 뒀다. 이는 단순히 음식 섭취를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습관 전반을 관리하는 것으로, 현대 의학만큼 합리적이었다.

중세시대를 지나며 의학은 암흑기를 거친다. 책에 따르면 18세기에 의학이 크게 발전한 것은 계몽주의 철학과 관련이 있다. 모든 문제에 합리적으로 접근하는 ‘계몽’이 확산하면서 의학적 임상 연구와 과학적 진보가 이뤄졌다. 공중보건이라는 새로운 접근법이 발달하면서 의학 전 분야에서 질병을 예방하는 관념이 중시됐다.

19세기에는 현대 의학의 특징인 전문 분야의 발전이 두드러졌다. 과학 지식이 방대해지면서 특정 신체 기관이나 기관계 질병에 관한 집중적 연구가 필요해졌다. 검안경 등 새롭게 발명된 도구로 인해 특별한 교육을 받은 전문의가 나타났다. 저자는 인류가 오랫동안 질병과 싸우며 걸어온 긴 여정을 통해 기술의 발전만큼이나 불확실성과 한계의 중요성을 겸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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