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는 일종의 감정입니다. 여러 깨달음이 있는 감정이며, 결정과 선택이 옳지 않았을 때, 그리고 어떤 시도가 원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했을 때 속이 뒤틀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입니다. 후회는 선택의지가 있지만, 실망은 선택의지가 없습니다. 이가 빠진 아이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날 밤 아이는 빠진 이를 베개 밑에 두고 ‘이빨 요정’을 기다립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일어나 베개 아래를 확인했는데 빠진 이는 그대로 있고 이빨 요정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때 아이는 ‘실망’합니다. 그리고 부모는 이빨 요정이 되어주지 못한 것을 ‘후회’합니다.”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실망과 후회의 차이점에 대한 명쾌한 설명이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인 대니얼 핑크의 신간 《후회의 힘(The Power of Regret)》이 미국 서점가에서 화제다. 《언제 할 것인가》 《파는 것이 인간이다》 《드라이브》 등 심리학, 경제학, 역사,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찾아낸 사례들을 자유롭게 직조해내는 글쓰기 스타일로 탄탄한 독자층을 보유하고 있는 핑크는 4년 만에 선보인 신간을 통해 ‘후회’라는 감정에 주목한다. 모든 인간이 지닌 보편적 감정인 후회를 제대로 이해하면 직장과 학교, 일상생활에서도 더욱 현명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조언한다. 되돌아볼 수 있는 용기가 앞으로 나아갈 힘과 변화의 추진력이 돼줄 것이라고 힘줘 강조한다.
‘후회하지 마라’ ‘후회해도 소용없다’ 등 현대 경쟁 사회에서 후회는 패자들의 감정으로 여겨지고 있다. 어떤 생각을 마음에서 빨리 지워버리기 위해서 ‘후회하지 말자’라는 일종의 주문을 되뇌기도 한다. 이 책은 현대 사회의 이런 잘못된 풍조를 지적하며, 후회는 우리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냉정한 현실을 보여주며, 더 나은 길을 찾아가기 위한 깊은 통찰력을 선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책에는 전 세계 105개 나라 1만5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한 ‘세계 후회 보고서(World Regret Survey)’가 소개된다. 이에 따르면 현대인들의 후회는 네 가지로 추릴 수 있다. 첫 번째 후회는 ‘기초’에 대한 것이다. 장기적인 목표보다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한 것에서 오는 후회로 “학창 시절에 더 열심히 공부했더라면” “그때 그 일을 해야 했는데” 등이다. 두 번째 후회는 ‘과감함’에 대한 것이다.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거나, 데이트를 신청하지 않았거나, 여행을 떠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다. 사람들은 실패한 것보다 아예 행동하지 않은 것에 더 깊이 후회한다. 세 번째는 ‘도덕성’에 관한 것으로 가장 큰 상처를 주고 오래 지속되는 후회다. 거짓말하거나, 사기를 치거나, 양심에 그릇된 행동을 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마지막, 네 번째 핵심 후회는 ‘연결’에 대한 것이다. ‘내가 먼저 손을 내밀었더라면…’이란 후회, 더욱 친밀하게 지내지 못했던 가족과의 관계에 대한 아쉬움 등이다.
2022년을 다시 새롭게 설계하면서 다이어리 목록에 가장 먼저 기록해야 할 것이 바로 ‘후회 목록’이다. 지난 한 해 무엇이 가장 후회스러운가? 무엇을 더해야 했고 뺐어야 했는가? 누구와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가? 되돌아보는 동안 우리는 어느새 앞으로 한발짝 더 나아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놀라운 ‘후회의 힘’이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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