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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염료 1위' 오영, 세계 65국에 色 입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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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 패딩 티셔츠 양말 신발 가방 등 섬유류에서 제지 소파 카시트 등까지 모든 제품에 물을 들여 색깔을 입히는 화학물질을 염료라고 한다. 염료산업은 ‘정밀화학의 효시’로 불린다. 150년 역사가 넘은 글로벌 화학회사인 바스프와 바이엘도 초기 사업의 근간은 염료였다.

오영은 40여 년간 색을 만드는 ‘염료 제조’ 외길을 걷고 있는 중견기업이다. 국내 전체 염료 생산의 절반을 담당하는 1위 기업이다. 글로벌 제조직매형(SPA)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와 H&M을 비롯해 패션 브랜드 자라(ZARA),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 등의 제품에 공급되는 세계 5대 염료업체다.
코로나19에도 매출 늘어
경기 시화국가산업단지에 있는 6만㎡ 규모의 오영 본사 공장은 국내 최대 염료 생산설비다. 오영의 연간 염료 생산량은 4만t. 세계 인구(78억 명)가 모두 입을 수 있는 니트를 염색할 수 있는 규모다.

오영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22% 증가한 2200억원을 기록했다. 친환경 설비로 만든 염료에 대한 미국 기업의 수요가 커지면서 북미와 멕시코 수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지난해엔 특히 청록색 염료가 많이 팔렸다. ‘오징어 게임’ 복장이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60억원을 기록했다. 오영 관계자는 “염료산업은 중국, 인도 등의 제조 원가 경쟁이 워낙 치열해 박리다매형 산업으로 꼽힌다”며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하면 나름대로 선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오영의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6%에 이른다. 65개국에 분말 형태로 염료를 수출한다. 화장품 의약품 등을 망라하는 국내 정밀화학업체 가운데 단일 품목(염료)으로는 처음으로 2014년 수출 ‘1억불탑’을 수상했다.

글로벌 패션기업과 공동 연구개발도 활발하다. 미국 패션브랜드 GAP과는 주변 빛의 밝기 변화에도 색상의 시각적 변화가 거의 없는 완전한 검정 염료를 공동 개발했다. H&M과는 ‘폐수절감형 반응성 염료’를 공동 개발했다. 염료 생산 과정에서 에너지 소비를 30% 절감하고 생산성을 50%가량 늘린 획기적인 친환경 생산 기법이다. 정홍기 오영 회장은 “한계기업이 있을 뿐 사양산업은 없다”며 “‘우공이산’의 자세로 품질 경영을 지속하는 것이 지속 성장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日 기술 배우러 냅킨에 몰래 메모
정 회장이 오영을 창업한 1981년에는 국내 염료산업이 불모지에 가까웠던 시절이다. 정 회장은 유럽, 일본 기업보다 수십 년 이상 뒤처진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수시로 일본을 드나들며 현지 퇴직 기술자들과 접촉했다. 식사 도중 귀동냥한 온도, 산성도(pH) 등 염료 생산 조건과 설비 배치 노하우 등을 몰래 냅킨에 메모하기 일쑤였다. 오영은 창업 1년 만에 주요 염료 기술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의 도움으로 염료 관련 신기술도 개발하며 유럽과 일본 업체를 추격했다.

2000년대 대다수 염료업체가 인건비가 싸고 환경 규제가 적은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긴 것이 오영에는 반사이익의 계기가 됐다. 오영은 ‘역발상’으로 국내 생산시설을 네 배로 확충하고 생산 효율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정 회장은 “언젠가 중국도 인건비가 오르고 환경 규제가 강화되며 기술 유출 문제 역시 심각할 것으로 우려했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으로 간 국내 대기업 계열 염료회사는 막대한 손해를 입고 아예 사업에서 철수했다.

오영은 무차입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당분간 상장 계획이 없는 이유도 자금 조달의 필요성이 없어서다. 정 회장은 “친환경 염료와 고부가가치 염료, 잉크젯 방식의 프린트용 염료 시장을 주로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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