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은 견조한 성장세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2022년 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수출은 553억2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5.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출 증가세는 2020년 11월 이후 15개월째 지속됐다. 두 자릿수 증가율이 이어진 것도 작년 3월 이후 11개월째다.1월 기준 수출이 5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지난달 조업일수가 지난해 1월보다 0.5일 적었고, 작년 1월 수출도 세계 경제 회복에 힘입어 2020년 1월 대비 11.4%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이달의 수출 증가세는 코로나19 기저효과를 넘어선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품목별로 보면 15대 주요 품목 가운데 선박을 제외한 14개 품목의 수출이 증가했다. 특히 지난달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24.2% 증가한 108억 달러로 집계되며 전체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 반도체 수출이 1월 기준 100억 달러를 넘어선 것도 지난달이 처음이다. 석유화학(40%), 일반기계(14.1%), 철강(50.1%)도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다만 선박 수출은 수주와 인도 사이에 시차가 발생하고, 작년 1월(23.4%)에 높은 수출 증가율을 보인 데 따른 기저효과로 전년 동월 대비 77.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일 최고 기록 쓰는 수입액
수입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수출보다 가파르게 늘었다. 지난달 수입은 602억1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5.5% 증가했다. 지난달 수입은 월간 기준으로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월간 수입액이 가장 컸던 시기는 작년 12월(612억달러)이었고, 세 번째는 574억 달러를 수입한 작년 11월이다. 작년 11월 이후 3개월 동안의 수입 규모가 역대 월간 수입의 1~3위를 차지할 만큼 최근 수입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점이 수입 급등과 무역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산업부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작년 1월 배럴당 평균 54.8달러에서 지난달 83.2달러로 51.8% 증가했다.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같은 기간 MMbtu(열량단위)당 8.2달러에서 35.9달러로 337.8% 올랐다. 석탄은 1~25일 평균 기준 작년 1월 t당 86.2달러에서 지난달 218.8달러로 153.8% 상승했다.
이로 인해 지난 1월 원유, 가스, 석탄 등 3대 에너지원의 수입 금액은 159억5000만 달러로 지난해 1월 68억9000만 달러 대비 90억6000만 달러(131.5%) 증가했다. 3대 에너지원의 수입 증가액은 1월 무역적자 규모인 48억9000만 달러보다 크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는 가운데 개별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대처하기 위해 필수원료 비축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점도 수입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1~25일 기준 이차전지 산업 핵심 품목인 수산화리튬 수입은 129% 증가했고, 산화텅스텐(135%), 황산코발트(59%) 수입도 크게 늘었다.
문제는 글로벌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단기간 내에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자원 부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달 28일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국제 유가가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인해 크게 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부는 최근 무역적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겪었던 무역적자와는 구조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입장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19 초기엔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감소하는 가운데 무역적자가 발생해 수출이 장기 둔화 국면으로 진입했지만, 최근엔 수출의 견조한 성장세가 뒷받침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에너지원 가격 급등 속에서 원자재 가격, 물류·공급망 차질 등에 따른 수입단가 상승이 무역적자의 주된 요인"이라며 "무역수지가 이른 시일 내로 흑자로 전환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 및 유관 기관과 합심해 적극적인 수출지원 정책을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