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분양'으로 경쟁률이 수백대 1에 달했던 서울 아파트 청약 시장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전망이다. 집값 고점 인식이 확산하고 대출 규제 등이 강화하면서 '선당후곰(일단 당첨된 후에 고민한다는 뜻의 청약 시장 은어)'보다는 신중하게 청약에 나서는 수요자들이 늘어날 것이란 설명이다.
부동산R114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27일 기준) 전국 아파트 1~2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15.5대 1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국 평균 경쟁률(19.7대 1)보다 하락했다.
지난해 경쟁률이 수백대 1에 달하는 단지가 쏟아졌던 서울과 경기 등도 청약 경쟁률이 대폭 줄었다. 서울은 지난해 평균 164대 1로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으나, 올해 1월 평균 경쟁률은 34.4대 1에 그쳤다. 같은 기간 경기도도 28.7대 1에서 10.3대 1로 절반 이하로 경쟁률이 축소됐다.
실제로 올 들어 서울에서 처음으로 분양된 '북서울자이 폴라리스'는 총 295가구 모집에 1만157명이 신청하면서 평균 경쟁률 34.4대 1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오랜만에 서울에서 나온 분양 물량인데다 대형 건설사 브랜드 아파트인 점을 고려하면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성북구에서 분양한 '해링턴플레이스 안암'의 평균 경쟁률은 192.5대 1에 달했다. 강동구 'e편한세상 강일 어반브릿지'는 337.9대 1을 기록했다.
지방도 경쟁률이 크게 줄었다. 세종은 지난해 평균 195.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나 이번달 17대 1에 그쳤다. 제주(7.7대 1→1.5대 1)와 대구(4.7대 1→0.2대 1), 광주(17.3대 1→7.2대 1)도 지난해 대비 경쟁률이 감소했다.
대출 규제 강화 및 금리 인상, 매수세 위축 등으로 아파트 청약 시장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부터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고 분양하는 단지는 잔금대출 시 강화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된다.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건축비 상승 등으로 분양가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북서울자이 폴라리스'는 전용 84㎡ 분양가가 9억원이 넘는 고분양가인 것도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 이유"라며 "입지나 분양가에 따라 청약 시장 경쟁률이 양극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