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개발자 A씨(28)는 지난해부터 네이버에서 자연어처리와 인공지능(AI)을 연구하고 있다. A씨가 입사한 지난해 7월만 해도 이 팀에는 여성 개발자가 한 명도 없었다. 지금은 다르다. 7개월 사이 여성 개발자는 팀원 27명 중 4명으로 늘어났다. 모두 A씨와 비슷한 연령대의 20대 여성이다.
대표적인 ‘남초 직군’으로 여겨지던 정보기술(IT)개발직에서 최근 20대 여성 취업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전체 신규 취업이 위축되면서 2020년엔 여성 개발자 취업도 주춤했지만,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이전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으로 취업자 수가 늘어났다. 그 결과 지난해엔 여성 개발자 취업자 수가 남성을 큰 폭으로 넘어섰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여성가족부가 최근 발표한 ‘2021년 연간 여성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정보통신업과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분야에 취업한 20대 여성 수는 각각 12만4000명, 16만2000명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9만9000명, 13만2000명보다 25%가량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같은 분야의 20대 남성 취업자 수인 10만 명, 8만1000명보다도 많다.
정보통신업 분야에서 20대 여성의 고용률 증가를 이끈 직군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IT개발직이다. 지난해 정보통신업 취업자로 분류된 20대 여성 중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약 3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외에도 영화·방송프로그램제작업, 과학연구개발업, 법률·회계·엔지니어링서비스업 등에서 20대 여성 취업자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남초과’로 불리던 대학 컴퓨터공학과에도 여학생이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한 여학생 비율은 2017년 13.8%에서 지난해 18.6%로 늘었다. 인원 수로는 140명 중 18명에 그치던 여학생이 지난해 161명 중 30명으로 불어난 것이다.
문과 여대생 가운데 코딩 등을 따로 배워 졸업한 뒤 개발자로 취업하는 학생도 많다. 서울 강남의 한 스타트업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여성 이모씨(26)는 “고등학생 때는 코딩은 물론 공학 전반에 큰 관심이 없었고 대학에서 소비자학을 공부했다”며 “국비지원교육 프로그램과 대학의 ‘코딩 부트캠프’ 등으로 코딩에 입문할 수 있었다”고 했다.
다만 전 연령대로 확대해 보면 아직 남성 개발자가 현저히 많은 게 현실이다. 지난해 정보통신업 분야 취업자는 여성이 28만3000명, 남성이 61만8000명으로 남성이 여성의 2.2배에 달했다.
개발직으로 입사했다가 30대가 되면서 퇴사하는 여성이 늘었기 때문이다.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대 여성이 IT개발자로 취업하더라도 30대에 진입하면서 출산·육아 등으로 경력이 끊기는 사례가 많다”며 “정보통신업처럼 빠르게 변하는 분야는 1~2년의 단절만 생겨도 재진입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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