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치의 600배가 넘는 환경호르몬이 검출된 아기욕조를 사용한 소비자들이 위자료 5만원씩을 받게 된다.
27일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환경호르몬이 검출된 아기욕조를 사용한 소비자 3916명(1287가구)이 제조자와 판매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한 집단분쟁 사건 조정이 일부 성립돼 가구당 위자료 5만원을 지급받게 됐다고 발표했다.
위원회는 제조사 대현화학공업이 아기욕조의 제조 과정에서 배수구 마개의 제조 원료인 PVC의 변경에도 불구하고 추가 시험검사를 거치지 않아 ‘어린이 제품 공통안전기준’에 부적합한 제품을 제조하고 납품한 책임을 인정했다.
판매자 기현산업 역시 납품 전부터 제작 등 과정에 밀접하게 관련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제조사와 유사한 지위를 인정해 연대책임을 지도록 결정했다. 단, 판매자 아성다이소에 대해선 제조 원료의 변경에 대해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인정하기 어려워 책임을 묻지 않았다.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한 소비자 중 2590명(851가구)이 위원회의 결정을 수락해 조정이 성립됐다. 위원회는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하지 않은 나머지 동일 소비자에 대해서도 같은 내용으로 배상할 것을 권고했다.
2020년 12월 국가기술표준원은 아기욕조의 배수구 마개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DINP가 기준치 612배 이상 검출돼 리콜 명령을 시행했다. 욕조를 사용한 소비자들은 아기 피부에 발진을 비롯한 이상 증상이 발생했다며 배상을 요구하는 등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위원회는 “이번 결정은 ESG경영을 중요시하는 시대에 소비자의 생활환경과 밀접한 영역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소비자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며 “향후 다수의 소비자에게 동일 피해가 발생한 사건에 대해 집단분쟁조정 절차를 적극 활용해 신속하고 공정한 분쟁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