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항하는 코로나 치료제
최성구 일동제약 연구개발본부장(부사장·사진)은 26일 기자와 만나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S-217622’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 최근 2b·3상 참여자 모집에 들어갔다”고 말했다.일동제약은 19~70세 환자 200여 명을 대상으로 국내에서 임상에 들어가고, 시오노기제약은 일본 싱가포르 유럽 등 13개국에서 1800명을 상대로 진행한다. S-217622는 항바이러스 전문제약사인 시오노기가 발굴한 물질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있는 단백질 분해효소(3CL-프로테아제)를 억제하는 식으로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다.
지난해 일본에서 실시한 임상 1·2a상에서 안전성과 효과성을 검증받은 데 이어 최근 실험 결과 오미크론 변이에도 듣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최 부사장은 설명했다. 그는 “2b·3상을 3월 중순까지 끝낼 계획”이라며 “데이터 분석 기간 등을 감안할 때 정부가 4월 중순에는 긴급승인을 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부사장은 팍스로비드 대비 S-217622의 강점으로 △적은 복용량 △넓은 투약 대상군 등을 꼽았다. 시오노기와 일동제약은 이 후보물질의 복용량을 팍스로비드의 3분의 1 이하로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약 대상에 무증상자를 넣은 것은 판매 확대에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오미크론 감염자 대부분이 무증상자이기 때문이다.
최 부사장은 “화이자는 유증상자만을 대상으로 팍스로비드 임상을 진행한 탓에 무증상자에게는 투약할 수 없다”며 “향후 정부가 오미크론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무증상자에게도 투약을 결정할 경우 S-217622가 유일한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동제약은 정부 승인이 나는 대로 안성공장에서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최 부사장은 “연간 1000만 명분을 생산할 수 있는 만큼 물량 부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가격은 미정이다. 일동과 시오노기는 팍스로비드 가격(한 명당 530달러)을 감안해 책정할 계획이다.
R&D 기업으로 변신
일동제약은 신약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외에서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 항암제 ‘베나다파립’(IDX-1197·2상)과 당뇨 치료제(IDG16177·1상)에 이어 연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ID120040002)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ID119031166) 등 6개 물질을 임상 테이블에 올려놓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올해 1000억원이 넘는 돈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붓기로 했다.최 부사장은 “세포·유전자 치료제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고 수익성도 괜찮은 ‘전통적인 신약’(케미컬 의약품) 개발에 올인할 계획”이라며 “국내외 바이오테크가 발굴한 물질을 사들이는 데 돈을 쓰는 대신 자체적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데 회사 역량을 집중 투입할 방침”이라고 했다.
그는 “5년 내 주요 파이프라인을 상업화하거나 기술수출해 수익의 절반 이상이 신약 관련 R&D에서 나오도록 체질을 개선할 것”이라며 “R&D를 앞세워 설립 20년 만에 글로벌 20대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한 미국 길리어드처럼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오상헌/이선아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