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간편 결제 수수료 산정이 합리적으로 이뤄지도록 수수료 공시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26일 밝혔다. 또 카카오페이의 경영진 스톡옵션 행사를 계기로 불거진 '먹튀' 논란과 관련해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 원장은 26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플랫폼과의 간담회를 마치고 "수수료는 시장에서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 결정될 문제이고, 소비자들은 그렇게 결정된 수수료를 비교할 수 있는 정보 제공 채널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와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를 비롯해 KB·신한·하나금융지주의 주요 임원들이 참석했다.
전자금융업자의 결제 수수료는 그동안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와 금융회사간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과 관련해 대표적인 차등 규제 사례로 거론돼 왔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금융당국이 3년마다 인하해 왔으나, 빅테크가 운영하는 지급 결제 가맹점 수수료는 자체 결정할 수 있다. 이날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는 영세·중소사업자의 수수료율을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플랫폼 규제와 관련해 ‘동일기능, 동일규제’의 원칙도 강조했다. 빅테크와 금융사가 같은 영업 행위를 할 경우 같은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정 원장은 "금감원은 테크기업과 금융회사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넓고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겠다"며 "테크기업과 금융회사 간 불합리한 규제차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정한 금융플랫폼 영업환경이 마련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주요 선진국의 규제 사례와 국내 연구 결과 등을 바탕으로 플랫폼에 대한 규율 체계 변경도 추진하기로 했다. 일본의 경우 2020년 6월 '금융서비스중개법'을 제정, 금융서비스중개업 등록을 하면 은행·증권·보험 등 모든 금융권의 중개영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앞으로 국내금융회사에도 중개·대리판매까지 허용할 수 있도록 중개업을 도입하는 안도 함께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플랫폼으로의 성장을 위한 금융사 혁신 노력도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금융회사 계열사 간 정보공유 △핀테크 투자 제한 개선 △금융사 부수업무 확대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한 서비스 테스트 지원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류영준 전 대표 등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먹튀 논란'도 거론됐다. 정 원장은 "현재 IPO(기업공개), 스톡옵션 등의 문제에 대해 제도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며 "필요한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카카오페이 측도 이날 간담회에 참여가 예정돼 있었으나 '내부 사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