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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억 꿀꺽' 아무도 몰랐다…7급 공무원 기막힌 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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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금 115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서울 강동구청 공무원은 출금이 가능한 구청 업무용 계좌로 돈을 받아 빼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경찰과 강동구 등에 따르면 강동구청 투자유치과에서 근무했던 7급 공무원 김모씨(47)는 서울도시주택공사(SH)에 공문을 보내 출금이 불가능한 기금관리용 계좌 대신 자신이 관리하는 구청 업무용 계좌로 폐기물처리시설 설치기금을 입금하도록 했다.

강동구청은 고덕?강일 공공주택사업지구 내 기존 지상 폐기물 처리시설을 친환경 자원순환센터로 건립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재정과 SH공사의 재원으로 추진된다. 이를 위해 SH로부터 징수한 부담금을 정해진 용도로만 쓸 수 있는 폐기물처리시설 설치기금을 운용 중이다.

이 기금은 구청 계좌에서 출금이 불가능하다. 구청 투자유치과 실무 담당자였던 김씨는 기금 계좌 대신 부서 업무용 계좌로 돈을 받아 다시 본인 계좌에 이체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벌였다.

김씨는 이같은 방식으로 2019년 12월8일부터 작년 2월5일까지 수십차례에 걸쳐 하루 최대 5억원씩 총 115억원 가량을 횡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 구청과 SH는 횡령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작년 10월 투자유치과에서 다른 부서로 옮겼다. 후임자가 폐기물처리시설 설치비용 기금에 대한 결산 처리가 돼있지 않은 점을 수상히 여겨 구청에 제보하면서 덜미를 잡혔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횡령한 공금을 주식투자에 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횡령한 115억원 중 38억원은 다시 구청 계좌에 입금했다. 김씨는 경찰에 "나머지 77억원은 주식투자에 쓰고 없다"고 진술했다.

지난 23일 강동구청으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한 서울 강동경찰서는 24일 오후 8시50분께 김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김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는 26일 오전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렸다. 이르면 이날 오후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경찰은 김씨가 횡령한 공금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계좌 압수수색 영장도 신청했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입장문을 통해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 민형사상 모든 조치를 강구하고, 피해액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수사 결과에 따라 엄중히 조치하고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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