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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번의 실패 딛고…방사선 의료장비 핵심 국산화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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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종합병원의 국산 의료기기 점유율은 2020년 기준 11%대에 불과합니다. 정부가 지정한 11개 고가 특수의료장비 중 8개가 100% 수입 방사선 장비죠. 평생 쌓은 핵물리학 연구 결과를 활용하면 방사선 의료장비만큼은 국산화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서준석 JS테크윈 대표(57)는 독일과 미국에서 13년간 핵물리학을 연구하고 경북대 교수로 재직하다가 2011년 창업에 나섰다. 서 대표는 방사선 측정기의 핵심 소재인 섬광센서(섬광체)를 2013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2018년 장비와 공정기술 개발을 마치고 방사선 측정기기를 잇따라 국산화했다. 서 대표는 “최종 목표인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기)를 만들기 위해 뇌 검사용 및 동물용 PET 개발을 올해 시작한다”고 소개했다.

섬광센서는 방사성동위원소에서 나오는 방사선(감마선)을 감지하면 빛을 발하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센서다. 이쑤시개만 한 크기의 센서 가격이 개당 110만원일 정도로 고가다.

PET에는 이런 센서가 수천~수만 개 장착된다. 기존 소재는 크리스털이지만 서 대표는 핵물리학 연구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값싸고 성능 좋은 소재 개발에 도전했다. PET도 국산이 없지만 소재인 섬광센서를 개발하는 것 역시 외국 과학자들조차 “불가능하다”며 말린 일이었다. 서 대표는 “러시아가 10번의 시도 끝에 포기했고, 미국 페르미연구소 전문가도 불가능하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 대표는 43번의 실패를 딛고 성공했다.

소재 개발에 성공하자 의료기기 국산화는 날개를 달았다. 서 대표는 본격 생산을 위해 2016년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로 회사를 이전했다. 이후 대당 130만원인 일본산 방사선 검출기를 먼저 국산화했다.

일본산 장비의 방사선 측정 시간이 20초인 데 비해 JS테크윈 제품은 1초도 안 걸릴 정도로 우수하다. 서 대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30만 대가 팔렸다”며 “교체 시기가 다가와 우리가 10만 대만 점유해도 1000억원의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방사선을 취급하는 국내 산업·의료현장이 1만 곳에 달해 수요도 많다.

JS테크윈은 방사선 의약품을 체내에 주입한 뒤 암 발병 여부를 진단하는 소형 감마선 측정기(3000만원대)에 이어 중형 시스템(1억원대)도 개발해 다음달 공개한다. 대구시는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을 통해 연구개발(R&D)을 지원했다. 첨단정보통신융합산업기술원은 시제품 제작, 설계, 디자인 고도화를 도왔다.

의료진의 방사선 노출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누적 데이터를 관리하는 개인용 방사선 검출기(RRPD)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올해 회사 매출 목표는 100억원 이상이다. 이승대 대구시 혁신성장국장은 “JS테크윈은 첨단의료복합단지 기업 가운데 조 단위 매출이 기대되는 회사”라며 “대구에 의사·교수 등 전문가가 창업하는 기업이 늘면서 의료산업의 스케일업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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