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7일로 예정된 신년 기자회견을 불과 사흘 전에 취소한 것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 현안에 정통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이 오가는 기자회견은 가장 적극적인 대국민 소통수단이다. 그런 점에서 ‘소통 대통령이 되겠다’던 국민과의 약속에 정면 배치되는 결정이다.
청와대가 “오미크론 대응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둘러댄 것은 더욱 납득하기 힘들다. ‘오미크론 대응체계로의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방침이 발표된 게 그제였고, 그런 조치들이 오늘부터 가동된다. 진짜로 오미크론 문제라면 외려 기자회견을 자청하는 게 정상이다. 방역과 백신정책에 대한 불신이 쌓인 상황에서 대통령이 진심을 담아 국민 협조를 구하기에 더 없이 좋은 기회가 아닌가. 화상회견이라면 못 할 이유가 없다.
지금 국민은 대통령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차고 넘친다. 5년 내내 이 정부가 올인해 온 대북 정책은 파국조짐이다. 북한은 새해 들어 몇 발인지 세기도 힘들 정도로 미사일을 쏘아대며 핵·ICBM 도발까지 예고했다. 종전선언과 한·중 정상회담,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어떻게 되는 건지 궁금증이 적지 않다.
선관위 2900여 직원들의 초유의 집단반발에 밀려 취소한 ‘조해주 인사’에도 걱정이 크다. 헌법기관의 독립·중립성 훼손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다면 해명이라도 하는 게 국정책임자의 의무다. 이 모든 질문을 코로나 핑계로 차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판이다. 두 시간 정도의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할 다급한 사정이 있다는 말을 누가 믿겠나. 청와대의 판단력에 대한 의구심만 키울 뿐이다.
코로나 핑계를 너무 많이 댄 점도 자승자박이다. 취임 직후부터 돈을 퍼붓다가 부작용이 심각해졌음에도, 코로나를 핑계로 더 많은 현금 살포를 정당화했다. 최저임금을 급등시켜 서민경제를 망가뜨리고 불평등이 심화하자 둘러댄 핑계 역시 코로나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정부가 되겠다”고 했다. 기자회견을 통한 대국민 소통은 대통령으로서 포기해선 안 될 최소한의 책무다. 문 대통령 5년은 허언으로 넘쳤다. 가뜩이나 ‘신하 뒤에 숨는 대통령’이란 말이 시중에 파다하다. 임기 마지막 날까지 책임을 방기한 채 쇼로만 버틸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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