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최측근인 이른바 7인회가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총리, 장관 등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고 24일 선언했다. 이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를 보이자 '선당후사'의 의지를 보이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내 주류 세력이자 운동권 출신인 86그룹을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김영진 민주당 사무총장 등 7인회는 이날 서울 여의도동 민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이 선택해 주실 이재명 정부에서 저희 7명은 일체의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7인회는 이 후보의 최측근 의원들로 김 사무총장과 4선의 정성호 의원, 김병욱·임종성·문진석·김남국 의원과 이규민 전 의원 등이다.
7인회는 "여·야를 불문하고, 차기 정부 내각과 보궐·지방선거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권력 다툼을 벌이는 부끄러운 모습에 국민들은 실망하고 있다"며 "국민의 선택을 받기도 전에 이미 정권을 가져온 양 오만한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당 혁신과 정치 개혁을 부르짖는 민주당으로서 한없이 부끄럽다"고 했다.
7인회는 문재인 정부를 겨냥하기도 했다. 7인회는 "이번 정부에서도 보은 인사, 회전문 인사, 진영 인사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했다"며 "앞으로 국민이 선택해주실 이재명 정부는 달라야 한다. 오롯이 능력 중심의 인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 우리 정부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다시 돌아오고, 대선 승리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능력에 대한 검증 없이 국정운영의 세력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며 "새로 꾸려질 이재명 정부는 '완전히 새로운 세력'으로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와 사회를 대전환하는 대한민국 5년의 미래를 계획해야 한다"고 했다.
7인회가 문재인 정부의 보은 인사를 지적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세력'이란 표현을 쓴 것을 두고 당내 주류 세력인 86그룹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 운동권 출신인 86그룹 인사들이 요직을 차지했다. 대선을 앞두고 86그룹은 당대표, 서울시장 등을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민주당 안팎에서 흘러 나온다.
7인회는 "보수·진보의 진영을 넘어, 내 편·네 편 편 가르기를 넘어, 지역을 넘어, 오직 능력과 성실함을 기준으로 선택돼야 한다"며 "이재명 후보의 최측근으로 분류되어, 소위 7인회로 불리는 저희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이어 "계파와 가치를 넘어 널리 인재를 등용하고 완전히 새로운 집권 세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준비하자"며 "우리 당이 공정의 가치를 되찾고 내로남불이라는 오명을 버릴 수 있도록 의원님들을 포함한 모든 분들이 함께 해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다만 7인회는 586 용퇴론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586 용퇴론과 관련, "거기에 대해 애초에 생각하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국민들이 민주당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심각하게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앞서 강훈식 민주당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은 라디오에 출연해 586 용퇴론에 대해 "그런 흐름이 있고 그런 흐름들을 얘기하는 586 선배들의 목소리가 꽤 있다"며 "이러한 흐름이 가시화될 수 있는 여지도 충분히 존재한다"고 했다.
조미현/전범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