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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던 고향 아파트를 벗어나 주택으로 떠난 Z세대 [레드브릭 하우스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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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잡앤조이=김민경 밀리의서재 매니저] 어릴 적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셨다. 그래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네모난 내 방 장판 위에 엎드려 표지가 헤질 때까지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책을 통해(엄마가 싫어하는) 마법과 환상의 세계로 떠나곤 했다. 그 주인공들은 대개 집 안의 다락방이나 지하실에서 모험의 통로를 발견했으며, 굴뚝으로 우연히 들어온 요정이나 악당을 만나기도 했다. 그렇게 동화처럼 재밌는 일이 마구 생길 것만 같은 2층 집에서 살면 참 좋겠다는 게 나의 오랜 로망이었다.



그 문학소녀는 결혼하고 서울의 한 오래된 아파트에 월세로 살게 되었다. 동네는 조용했고, 지하철역이 근처에 있었으며 모든 편의시설이 가까이에 있었다. 우리의 보금자리는 살기엔 편했지만 종종 아늑함을 잃곤 했다. 천장에서 들려온 윗집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를 처음 들은 날은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충격이었다. 윗집 사람의 양치하는 소리, 코 고는 소리도 들렸다. 그건 곧 우리 집의 소리 또한 아랫집에서 들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아파트의 특성상, 집안에 오래 있으면 답답했다. 그래서 조용하면서도 상쾌한 기분을 느끼고자 교외로 자주 나가곤 했다. 그때 다시 어릴 적 로망이 눈 앞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의외로 남편도 나의 로망에 공감했다. (역시 모두 한번쯤은 마당 있는 집에서 사는 꿈을 꾸는 거였어!) 당시 둘 다 방송 관련 일을 하고 있어 보다 더 창의적인 영감을 얻고,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집을 꿈꿨다. ‘그런 집에 살면 굳이 카페 가고, 멀리 놀러 갈 필요도 없을 거야’라는 기대도 있었다. 결국 2년 월세 계약의 반이 채 안 되었을 무렵, 우리는 주택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작은 전세나 월세로 살아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양가 부모님은 걱정스러우셨나보다.

“전원주택은 나중에 보증금 돌려받기도 어려워” “전원주택은 나이 들어서 가야지, 젊은 애들한텐 안 맞아”

하긴 유튜브만 봐도 전원주택 절대 사지 말라는 콘텐츠가 넘쳐났으니 걱정하실 만도 하다. 우리도 걱정이 안 되는 건 아니었지만 한번 사는 거 하고 싶은 건 해봐야 하지 않겠나 싶었다.

“저희에게 맞는지 안 맞는지 경험해봐야 아는 거니까, 2년만 살아볼게요!”

4-5개월간 인터넷 부동산 사이트에서 우리의 예산과 희망조건에 맞는 집을 매일같이 뒤졌다. 괜찮은 곳이 나오기만 하면 퇴근 후라도 부동산에 달려갔고, 주말에도 참 많이 집 보러 다녔더랬다. 당시 즐겨보던 MBC <구해줘 홈즈> 홈페이지에 진지하게 신청해보기도 했다. 처음에는 집을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참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주택은 전월세 매물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 같았다. 그 가운데서 남편과 나는 의견 차이로 많이 부딪쳤다. 돈이 별로 없었기에 내가 원하는 조건은 작아도 수리가 잘 돼 있고 주변이 외지지 않은 집인 반면에, 남편은 낡고 오래돼도 마당이 크고 넓은 집을 원했다. 서로 설득을 하다보면 말다툼으로 이어지곤 했다.

더 행복해지려고 이사 결심을 했는데, 왜 우리가 싸우고 있을까. 그 사이 계약이 진행된 곳도 있었지만 결국 이런 저런 문제로 다 파토가 났다. 나는 점점 풀이 죽었다. 지금 사는 데 큰 불편함이 없고, 월세 계약도 충분히 남은 상태에서 괜히 유별난 척 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해가 넘어가고 여전히 포기를 못한 나는 신규 매물을 훑어보고 있었다. 수개월간 숙련된 나의 레이더가 뭔가를 발견했다. 전세자금 대출을 받으면 가능할 것 같은 금액에, 마당도 있는데다가, 바로 옆에 아파트 단지가 있어(다소 생뚱맞지만) 외지지도 않은 단독주택이 있었다! 보자마자 남편에게 외쳤다. “나 여기 살래!”



직접 가서 보니 더 마음에 드는 집이었다. 붉은 벽돌로 된 주택의 외벽이 눈에 띄었다. 왠지 동화 <아기 돼지 삼형제>가 생각이 났다. 왜, 셋째 돼지가 늑대의 공격에도 끄떡없는 벽돌집을 짓지 않았는가. 내 마음 속엔 이미 집 이름까지 정해졌다. 이보다 더 괜찮은 조건의 집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남편과 나는 이번에도 계약이 안 된다면 당분간은 이사 생각은 하지 말자고 얘기했던 터였다. 그리고 얼마 후 드디어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마당에 심어져있던 목련나무가 막 꽃눈을 틔우고 있던 때였다. “이사 올 때쯤이면 목련이 피어있겠네요.” 부동산 사장님의 말을 들으며 설렜다. ‘레드브릭 하우스’의 시작이었다.

김민경 씨는 겁도 많고 꿈도 많은 직장인이다. 읽고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는 독서 콘텐츠 플랫폼 회사에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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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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