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다니는 학교에 별도의 탈의실이 없다며, 이를 항의하고 싶다는 학부모의 사연이 올라와 논란을 빚고 있다. 여학생은 교실서, 남학생이 화장실이나 계단에서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해당 학부모의 주장 때문이다.
지난 23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딸 담임교사한테 항의해도 될까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10대 딸을 키우고 있다고 밝힌 글쓴이 A씨는 "금요일에 딸아이가 교복 상의를 봉지에 묶어서 가지고 왔길래 왜 이렇게 가져왔냐고 물으니 교복을 갈아입다가 변기에 빠뜨렸다더라"고 운을 뗐다.
A씨의 딸은 "원래는 여학생은 교실에서 갈아입고 남학생은 화장실에서 갈아입었는데 남학생들이 왜 본인들만 매번 불편하게 화장실에서 갈아입어야 하냐고 따져서 격주로 갈아입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간이 없어서 계단 밑 공간에 스크린 커튼을 치고 거기서 갈아입기도 한다. 탈의실을 만들어 달라고 건의했지만 탈의실로 쓸 공간이 딱히 없다더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A씨는 "저도 딸, 아들 둘다 키우고 있고, 요즘 10대들이 남녀평등에 민감한 것은 알고 있다"면서 "제 아들만 봐도 왜 남자만 군대에 가야하느냐고 억울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저도 아들에게 집안일 시키고 딸도 무거운 것 들기 등을 시키면서 성별로 차별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서 정식으로 항의할까 한다. 아무래도 남자가 노출 위험성이 있는 것과 여자가 노출 위험성이 있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별도의 탈의실 공간을 만들 수 없다면 예전부터 그래왔듯 여학생이 교실에서 문을 잠가놓고 갈아입고, 남학생들이 화장실 또는 계단 밑에서 갈아입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 "이건 남녀 차별 이전에 사회적 분위기와 신체적 차이에 따른 배려 문제 아닐까싶다. 더우면 웃통 벗고 돌아다니는 남학생과 속옷이 보일까봐 더워도 그 위에 런닝을 덧입는 여학생들을 같이 놓고 보는게 맞느냐"고 되물었다.
A씨는 "게다가 갈아 입는 시간도 여학생들이 훨씬 더 길기 때문에 화장실에서 전체가 갈아입기 힘들다고 하더라. 화장실이 깨끗하지도 않고"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그냥 계시라. 공평하게 번갈아 가며 쓴다고 하지 않느냐", "화장실이 깨끗하지 않으면 딸은 안 되고, 다른 집 아들들은 괜찮다는 것이냐", "학급 애들끼리 의논해서 정한 것을 엄마가 불편하다고 끼어들고", "불편한 것도 학교생활의 일부 아닌가요. 그게 못참을 정도도 아니고", "남자든 여자든 부끄러운건 똑같다", "항의가 아니라 갑질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결국 A씨는 추가 글을 통해 항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탈의실이 없어 여학생들이 화장실에서 다 못갈아입고 계단 밑에서 갈아입는 환경에 대해 항의하려고 한 것이다. 사람들 오가는 계단 밑에 여학생들이 스크린 치고 갈아입는게 말이 되느냐"고 부연했다.
또 "솔직히 곧 학년이 올라가니까 용기내서 말하려는 것도 있다. 담임교사에게 말한다고 했지만 담임교사에 대한 항의가 아니라 학교 운영 및 시설에 대한 항의"라면서 "결론은 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