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설경은 대부분의 인상주의 화가들이 즐겨 그린 소재였다. 일반인들의 시선으로 보면 눈은 그저 은백색을 띠고 있을 뿐이지만, 빛과 기후에 따라 달라지는 색채에 주목했던 인상파에게 눈은 그늘에선 푸른빛이었다가 햇빛이 비치면 분홍빛을 띠기도 하는 다채로운 존재였다. 클로드 모네와 알프레드 시슬레는 이 같은 눈의 미묘한 명암과 색조를 절묘하게 표현한 대표적인 화가로 꼽힌다.
이들과 달리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는 설경을 거의 그리지 않았다. 눈을 두고 “자연의 얼굴에 핀 곰팡이”라고까지 했다. 르누아르가 미술상인 앙브루아즈 볼라르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저는 추위를 전혀 참지 못합니다. (중략) 그래서 겨울 풍경을 그린 작품이 거의 없지요.”
‘눈 내린 풍경’(1875)은 르누아르가 그린 몇 안 되는 설경 작품 중 하나다. 특유의 가늘고 신경질적인 붓터치 등 그만의 독특한 기법이 잘 드러나 있다. 투덜대면서도 손에 연신 입김을 불어가며 바쁘게 붓을 놀렸을 거장의 인간적인 모습을 상상하면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진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