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를 운영하는 정부가 대우조선해양 회사채에 투자했으나 분식회계로 손해를 입었다며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승소했다. 지난해 ‘주식투자’ 손해배상 소송에 이어 2차전인 ‘회사채 투자’ 소송에서도 조심스럽게 기관투자자들의 승리가 점쳐지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부장판사 한성수)는 “대우조선해양, 고재호 전 대표, 김갑중 전 최고재무책임자는 우정사업본부에 약 110억원을 지급하고, 이중 47억원은 안진회계법인이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정부가 청구한 금액(약157억원)의 70% 수준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부풀리는 등 분식회계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투자자들이 “잘못된 재무제표를 근거로 발행된 회사채에 투자해 손해를 봤다”며 줄줄이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이 중에는 우정사업본부를 운영하는 정부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한국수출입은행 등 대형 기관투자가들도 포함돼 있다.
기관투자자들은 이미 대우조선해양과 ‘주식투자’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전을 치르고 있다. 이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국민연금에 413억원, 우정사업본부에 15억원 등 총 450억원을 기관투자가들에게 배상해야 한다. 이번에는 주식투자가 아닌 ‘회사채 투자’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약 3000억대 중반의 대우조선해양 회사채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약3887억원을 투자한 국민연금과 비슷한 규모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가 드러난 이후 기관투자자들은 산업은행과 채무조정안에 찬성했다. 그러나 이와 별도로 대우조선에 분식회계에 대한 책임을 묻고, 기관 관계자들의 업무상 ‘배임’ 혐의를 피하고자 회사채 소송을 진행해왔다.
다른 기관투자자들의 회사채 소송 결과도 조만간 공개된다. 국민연금, 한국증권금융, 한국수출입은행 등이 제기한 회사채 투자 손해배상 소송의 1심 결과는 오는 27일 선고될 예정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회사채 소송’ 가운데 우정사업본부에 대한 선고가 첫 판결인 만큼, 다른 재판도 이번과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재판부는 대우조선해양이 고 전 대표 등을 상대로 낸 손배소에 대해서도 판단을 내놓는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