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ETF)도 상장폐지되는 경우가 있나요? 네! 있습니다. 아니 많습니다. ETF의 상장폐지 건수를 살펴보면 2019년에 11종목, 2020년에 29종목, 2021년에 25종목이 상장폐지되었습니다. 주식 투자자들에게 상장폐지는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기 때문에 ETF투자자들에게도 상장폐지라는 상황은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ETF는 10개 이상의 주식이나 채권에 다양하게 투자하여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는데 왜 상장폐지가 되는 것일까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ETF의 상장폐지는 ‘ETF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상장폐지의 이유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첫번째 ETF의 상장폐지 요건은 상관계수입니다. ETF는 추종하는 기초지수와 상관계수가 1.0이 되는 것이 바람직한데, ETF의 1좌당 순자산가치(NAV)의 일간변동률과 ETF의 기초지수의 일간변동률의 상관계수가 0.9 미만이 되어 3개월간 계속되는 경우에는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됩니다. 즉, 기초지수의 움직임대로 함께 움직이기로 한 처음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ETF는 상장폐지 대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과의 약속을 못지켰기 때문이겠죠.
두번째 ETF의 상장폐지 요건은 유동성 공급계약 조건입니다. 유동성 공급계약을 체결한 LP가 없는 경우 또는 모든 LP가 교체기준에 해당하게 된 날부터 1개월 이내에 다른 LP와 유동성 공급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ETF의 거래가격이 순자산가치(NAV)와 다르게 거래되면 괴리율이 커지는데, 이를 막아주는 역할을 유동성공급자(Liquidity Provider)가 하게 됩니다. 이런 LP를 구하지 못한 ETF는 괴리율이 심하게 커질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ETF를 상장폐지시키는 것입니다.
세번째 ETF상장폐지 요건은 상장 규모입니다. 신탁원본액(자본금) 및 순자산총액이 50억원 미만 사유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상태에서 다음 반기말에도 해당사유 계속되는 경우에는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됩니다. 즉, 지나치게 규모가 작은 ETF는 거래량도 적고 유동성이 부족하여 투자자들이 사고 싶을 때 사지 못하고 팔고 싶은 때 팔지 못하는 불편함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아예 상장폐지를 시키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고의, 중과실 또는 상습적으로 신고의무를 위반한 경우 또는 공익 실현과 투자자보호를 위하여 상장폐지가 필요하다고 거래소가 인정하는 경우에 ETF는 상장폐지될 수 있습니다.
특히 합성ETF의 경우에는 좀 더 까다로운 추가적인 상장폐지 요건들이 있습니다. 합성ETF는 ETF가 직접 주식 또는 채권을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상대방인 증권회사와 일종의 개별 계약을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거래상대방인 증권회사의 신뢰성이 무척 중요합니다. 그런데 만약 이 거래상대방 증권회사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합성ETF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상장폐지를 시킬 수 있습니다.
합성ETF의 상장폐지 요건을 살펴보면, 우선 합성ETF의 거래상대방인 증권회사 등의 장외파생상품 투자매매업 인가가 취소되거나 공신력 있는 금융회사로서의 지위를 상실한 경우에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합성ETF의 상장을 폐지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거래상대방인 증권회사의 신용등급이 투자적격등급에 미달하는 경우 또는 순자본비율이 100% 미만이 되어 3개월간 계속되는 경우에도 합성ETF의 상장을 폐지할 수 있습니다. 즉, 합성ETF의 거래상대방인 증권회사의 신용도에 문제가 발생하면 합성ETF를 상장폐지하여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일반 주식의 상장폐지와 ETF의 상장폐지는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주식이 상장폐지되면 투자금을 회수하기가 매우 힘든 상황이 됩니다. 장외거래로 상장폐지된 주식을 되팔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반면 ETF의 상장폐지는 좀 다른 개념입니다. ETF는 일반 기업의 주식과는 다르게 상장폐지가 되더라도 ETF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채권을 모두 매도해 현금화한 후 이를 투자자에게 지급합니다. 따라서 상장 폐지되더라도 신탁재산이 남아있는 한 투자자는 금전적인 손실을 거의 입지 않습니다.
현재 ETF가 상장폐지되는 가장 대표적인 사유는 거래량이 부족해 유동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입니다. ETF가 상장폐지되더라도 그 ETF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채권은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반 펀드와 마찬가지로 ETF의 주식과 채권은 ETF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가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신탁회사인 은행에서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NAV에 해당하는 금액을 되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큰 손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투자한 ETF가 상장폐지된다면 자유로운 매매가 힘들어져 불편하기 짝이 없을 것입니다. ETF에 투자할 때에는 가급적이면 거래량이 많고 유동성이 풍부한 ETF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재영 웰스에듀 부사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