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멸공’ 발언도 주주대표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참여연대 관계자)
“그룹 총수의 댓글에 주가가 휘청거렸다. 서한을 보낼 필요가 있다.”(원종현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위원장)
국민연금이 매년 주주총회를 앞두고 노동계와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주장을 채택해 기업 경영권 압박에 나서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노동계와 시민단체로부터 ‘주주대표소송감’이라고 찍힌 기업을 골라 최근 소송 사전 준비를 위한 서한을 발송한 데 이어 다음달에는 국민연금 내부 기금운용 전문가들이 갖고 있던 기업에 대한 소송 권한을 노동계·시민단체 출신 등이 참여한 외부 위원회(수탁위)에 넘기는 방안도 다루기로 했다. 917조원의 국민 노후 자금이 수익성과 안정성보다는 이들 단체의 성향에 맞춰 기업 압박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위는 기업 경영진 등을 대상으로 주주대표소송을 본격 제기하기 위해 지난달 국내 주요 기업 20여 곳에 서한을 보냈다. 삼성물산 현대제철 GS건설 DL 등 그동안 참여연대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이 소송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해온 기업이 절반 이상 포함됐다.
정용진 부회장의 멸공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신세계도 진보 시민단체가 찍자 수탁위가 나서는 분위기다. 최근 참여연대 측 변호사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기업 총수가 SNS에 쓴 개인 발언도 주주대표소송감이 될 수 있다”는 발언을 했고 원종현 수탁위원장이 “주주가치 훼손 사례”라며 서한 발송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참여연대와 민주노총이 특정 기업을 지목하면, 수탁위가 이 기업을 압박하는 안건을 다루는 현상은 주주총회를 앞두고 연초마다 벌어지고 있다. 수탁위는 지난해 초 삼성물산 등 7개사에 공익이사를 의무적으로 선임하게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민주노총과 참여연대가 기자회견을 열어 주장했던 내용이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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