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열 번째 추가경정예산안인 ‘1월 추경’이 현실화하면서 5년간 추경 규모가 150조원을 돌파하게 됐다. 약 40조원을 쓴 박근혜 정부의 4배에 육박한다. 노무현, 이명박 정부 등 이전 3개 정부 전체(90조원)와 비교해도 문재인 정부의 추경 금액이 67% 이상 많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국가 재정을 관리하는 재정준칙을 다음 정부에서나 작동토록 해 건전성은 나몰라라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조만간 2022년 1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소상공인 방역지원금 300만원, 손실보상 재원 보강 등 14조원 규모의 예산 사업이 담긴다. 정부가 1월에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6·25전쟁이 치열하던 1951년 이후 71년 만이며 전쟁이란 특수 상황을 제외하면 처음이다.
추경은 본 예산안 편성 이후 추가적인 재정 소요가 발생했을 때 긴급히 편성하는 예산안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추경이 긴급하지 않았을 때도 ‘습관적으로’ 추경을 편성해왔다.
문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엔 일자리 창출과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지원 등을 위해 11조원 규모의 추경을 마련했다. 2018년엔 청년 일자리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3조9000억원을, 2019년엔 미세먼지 문제 대책 등에 5조8000억원을 편성했다. 코로나19 이후엔 여섯 차례 추경이 있었다. 2020년에는 4월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12조2000억원의 2차 추경을 포함해 네 차례 추경을 통해 66조8000억원을 썼다. 작년엔 3월과 7월 소상공인 지원과 1인당 25만원의 국민 88% 재난지원금을 위해 각각 14조9000억원, 34조9000억원을 추경으로 편성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편성된 열 차례 추경 규모를 모두 합치면 151조3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2004년 정부의 통합재정지출 규모에 육박한다. 노무현 정부부터 이명박·박근혜 정부까지 3개 정부가 약 15년에 걸쳐 편성한 추경보다도 규모가 컸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부터 2006년까지 다섯 차례 추경을 했다. 태풍 매미와 에위니아 재해대책 지원, 서민·중산층 지원 등이 이유로 제시됐다. 추경 규모는 첫해 7조5000억원 등 17조1000억원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 과정에서 2009년 28조4000억원 규모의 슈퍼 추경을 편성했다. 문재인 정부가 기록을 깨기 전까지 역대 최대 규모 추경이었다. 재임 기간 추경 횟수는 두 번, 규모는 33조원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메르스 추경을 포함해 세 차례, 39조9000억원 규모 추경을 편성했다. 세 정부의 추경을 모두 합산하면 횟수는 10회, 규모는 90조원이다.
문재인 정부의 유례없는 확장재정은 미래세대에 큰 부담을 던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나랏빚이 올해 처음 1000조원대를 넘는 등 증가세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것이다.
인구가 감소하면서 올해 2081만원으로 예측되고 있는 1인당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작년 -0.3%였던 인구 감소율이 올해 -1%까지 떨어진다면 1인당 채무는 2100만원 이상으로 뛸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감안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60% 이하로, 통합재정수지 적자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는 내용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2020년 말 국회에 제출했다. 재정준칙을 마련해 국가재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정준칙 도입안은 확장재정 정책 기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막혀 1년이 넘게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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