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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차트에 속지 않는 '주식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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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가 들썩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급등락을 거듭하는 주가를 보면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숫자와 도표, 그리고 눈은 거짓말을 할 리 없다고 믿고 힘껏 매수 버튼을 누른다. 그런데 한없이 오를 것만 같던 주가는 내가 주식을 사자마자 곤두박질친다.

《차트의 유혹》은 시각을 통한 인간 인지구조의 허점이 주식투자 실패로 이어지는 과정을 파고든 책이다.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가 지난해 서울대에서 처음으로 ‘주식 심리학 강의’를 개설해 화제가 된 내용을 담았다.

저자는 주식투자 행동을 심리학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간의 감정이란 시선으로 바라볼 때 투자라는 행동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가의 움직임은 경제적 현상이지만, 주식을 살지 팔지를 결정하는 건 사람의 몫이라는 얘기다.

진화 과정에서 생존에 도움을 준 인간의 본성은 주식투자에는 장애물로 작용한다. 주식시장과 실제 세계는 별개의 공간이지만 사람들은 흔히 둘이 같다고 혼동한다. 인간은 중력, 관성, 마찰, 무게의 영향을 받는 물리의 세계, 그중에서도 규칙적인 선형적 관계를 중심으로 세상을 파악한다.

하지만 주가는 선형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주가는 매 순간 벌어지는 사건의 결과일 뿐 앞뒤 사건과 크게 관련이 없다. 물리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고, 고차함수로도 설명되지 않는 불규칙성을 지닌 게 주식시장이다. 반면 인간의 시각 시스템은 선형성에 의존해 주가 막대를 지각하고 예측하려는 강한 본능을 지녔다.

그 결과, 가파르게 상승하는 주가를 보면 계속 같은 방향으로 일관되게 움직일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생긴다. 추격매수를 하고, 급등주를 매수할 때 강한 충동을 느끼는 이유다. 여기에다 분산된 사건을 표시한 것일 뿐인 캔들 차트는 주가 흐름을 연속적으로 보는 듯한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인간은 주식에 감정도 투사한다. 캔들 차트를 읽을 줄 모르는 워런 버핏이 큰돈을 벌었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때론 눈을 감아야 진리가 보인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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