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 기업 관계자가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가 ‘해외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경영책임자가 처벌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다. 해외 현장은 국내 현장에 비해 통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자칫 책임 범위를 넘어서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에서 국내법을 위반한 경우에도 속인주의(자국민이라면 위치와 관계없이 자국법을 적용받는다는 의미)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3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이와 관련한 규정이 없지만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외국계 법률사무소 덴톤스리의 김용문 변호사는 “만약 건설사가 현지 독립 법인을 설립했고 현지인이 중대재해를 입은 경우엔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면서도 “해외 현장이어도 국내 사업장의 연장에 불과하고 국내 본사가 실질적으로 관리·감독하고 있다면 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사건의 경우 대한민국 영토가 아닌 해외 사업장에서 발생한 재해는 조사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의 행정해석을 내놓고 있다. 근로감독관이 해외에서 수사권을 행사하기 쉽지 않고 검사도 기소를 유지하기 위한 증거 확보가 어렵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중대재해 수사 역시 현장의 미비점을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확보 의무 위반 등을 입증해야 하는 만큼 고용부의 태도가 산안법 사건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고용부는 산업안전보건본부라는 별도 조직을 마련하고 근로감독관 인력을 대폭 확대해 몸집을 키우고 있다. 이런 조직과 인력을 활용해 수사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지역 현장에서 재해가 발생해도 안전보건확보 의무는 본사를 대상으로 수사하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만약 해외 현장에서 중대재해를 입은 사람이 대한민국 국민일 경우 여론이나 국민 정서를 고려하면 고용부가 현실적 어려움을 딛고 수사에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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