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교육계에서 ‘대학 서열화’ 해소 방안이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진보 진영에서는 국립대 공동학위제를, 보수 진영에서는 수도권 대학 학부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조영달 서울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10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교육체제 혁신을 통한 인재혁명의 비전’을 발표했다. “상위권 30~40개 주요 대학의 학부를 폐지해 정원을 6만 명 이상 줄이고, 대학원 연구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자”는 게 그의 주장이다.
조 교수는 대신 지역대학을 학부 교육체제로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이렇게 하면 자연히 대학 서열 구조가 허물어지고 지역대학은 활성화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게 조 교수의 논리다.
조 교수는 오는 6월 서울교육감에 출마하려는 보수 교육계 인사다. 그의 이번 주장은 그동안 교육계에서 거론돼 온 ‘서울대 학부폐지론’을 확장한 것이다. 서울대 학부폐지론은 ‘서울대에서 학부를 축소하고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1990년대부터 정치권에서 꾸준히 제기됐으나, 실현되지 못한 정책이다. 조 교수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캠프 교육정상화본부장인 만큼 그의 이런 주장은 이번 대선에서도 교육 부문 화두로 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진보 진영 교육감 유력 후보로 꼽히는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대학 서열화 해결 방안으로 ‘국립대 공동학위제’를 지난달 제안했다. 서울대, 경북대, 부산대, 충남대, 전남대, 강원대, 충북대, 전북대, 경상국립대, 제주대 등 10개 ‘거점국립대’를 묶어 공동학위제를 시행하자는 것이다.
모든 온·오프라인 강의를 공유해 학점으로 인정하고, 교류를 활성화하며, 장기적으로는 합동 학생 선발까지 하자는 구상이다. 이는 그동안 진보 교육계에서 서울대를 중심으로 하는 대학 서열화를 무너뜨리기 위한 대안으로 논의되던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론’과 궤를 같이한다.
교육계는 대학의 위기가 심화함에 따라 대학 구조개혁 문제가 이번 대선과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관측한다. 2022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에서 경쟁률이 1 대 1에도 못 미친 대학은 전년(9개교) 대비 두 배(18개교)로 늘었다. 특히 비수도권이 5개교에서 15개교로 크게 증가했다.
문제는 양측 주장 모두 재원 마련 등의 측면에서 현실화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점이다. 등록금에 의존하는 대학 재정구조 특성상 학부를 축소하기 쉽지 않고, 국립대 공동학위제 역시 학생들의 반발이 크다. 한 교육계 인사는 “재원 마련 방안도 마땅치 않다”며 “‘유령대학’이 이미 현실에서 등장하고 있는 만큼 뜬구름 잡는 방안보다 당장 실현할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김남영/최예린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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