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가 새해맞이 팬 사인회에서 큰절을 하지 않고 홀로 꼿꼿이 서서 손가락 하트를 날린 걸그룹 에버글로우의 중국인 멤버 왕이런을 두둔하고 나섰다.
환구시보는 10일 한국에서 왕이런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는 데 대해 중국의 '전문가들이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국제 교류에 있어서의 상호 존중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환구시보에 따르면 왕이런은 중국에서 막대한 지지를 받고 있다. 중국 문화에서 무릎을 꿇는 것은 과거 젊은 사람이 노인을 대할 때 쓰였고, 현재는 상대방에게 굴종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고 이 매체는 주장했다. 또 왕이런이 관객들에게 손가락 하트를 보낸 것이 중국의 신년 전통이라고도 소개했다. 일부 중국인들은 검지와 중지로 만드는 손가락 하트를 중국 하트(차이니즈 하트)라고도 주장한다.
환구시보는 한국의 네티즌들이 왕이런에게 '중국으로 돌아가라' '한국식 새해 전통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왜 한국에서 일을 하는가'라고 비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문화비평가 스웬쉐는 "왕이런은 한국에서 일하러 갔을 뿐이지 한국인이 되려는 게 아니다. 케이팝을 좋아한다고 해서 모든 한국 문화를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그러면서 블로거 리즈치가 올렸던 김치 동영상에 대해 한국 네티즌들이 비난했던 것도 과민반응이라고 지적했다. 난징대 문화산업연구소의 장펑 연구원은 한국 네티즌들이 자신들의 가치를 외국인에게 강요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의 이런 '내로남불'식 행태는 한국의 반중 감정을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인권탄압 논란이 제기된 신장위구르자치구 지역에서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을 글로벌 기업들이 구매하지 않겠다고 하자 해당 기업에 대해 불매운동을 수시로 벌이고 있다. 중국에서 장사하려면 중국 룰을 따라야 한다는 게 불매운동을 주도하는 이들의 논리다.
또 중국인들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기업가나 연예인들에게도 중국의 규칙을 따르라고 강요하고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