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1980억원을 빼돌린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씨(45)가 구속된 가운데 최규옥 회장 등 경영진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서경찰서는 이씨의 체포 현장에서 발견한 휴대폰 여러 대의 포렌식 작업을 마쳤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압수한 휴대폰의 포렌식 작업을 완료하고 내용을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분석 내용을 토대로 나머지 횡령자금의 행방, 공범 등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씨가 주장한 ‘윗선 개입’ 의혹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씨 측은 “윗선의 지시에 따라 횡령금으로 구입한 금괴 일부를 회장에게 전달했다”며 회사와 상반된 주장을 했다. 앞서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도 “단독 범행으로 보기 어렵다”며 회장 등 임원을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함에 따라 최 회장 등 경영진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조직적 횡령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씨는 처음에 회사 계좌에서 50억원을 자신의 계좌로 송금했다가 다시 돌려놓는 행동을 두 차례 반복하는 등 회계 감시 시스템을 시험하는 듯한 행적을 보였다. 이후 다섯 번에 걸쳐 480억원을 빼낸 이후 지난해 10월에는 한 번에 1400억원을 횡령한 정황이 나타났다. 범행이 수차례에 걸쳐 이뤄졌고 그전부터 시스템을 시험한 정황이 있음에도 회사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스템임플란트가 최초 공시한 피해액 1880억원과 별개로 100억원의 추가 횡령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외부에 밝히지 않은 정황도 포착됐다. 회사 측은 이달 초 경찰에 이 같은 내용의 추가 자료를 제출했다. 다만 100억원은 다시 돌려놨기 때문에 피해 액수는 기존에 회사가 공시한 1880억원이다. 법조계에서는 횡령사실을 고의로 감췄다면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측이 횡령 규모를 축소해 허위 공시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장이던 이씨는 지난해 3월께부터 12월 말까지 총 여덟 차례에 걸쳐 회삿돈 198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상장사에서 발생한 횡령액 중 최대 규모다. 오스템임플란트 자기자본 2047억원의 96.7%에 달한다.
경찰은 이씨가 횡령금 1980억원을 8회에 걸쳐 빼돌릴 때마다 대부분 주식을 산 것으로 파악했다. 이 과정에서 큰 손실을 본 이후 주식을 매도해 금괴, 부동산 등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횡령 혐의를 받는 이씨에 대해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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