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금융공사의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적격대출이 새해 들어 높은 인기를 누리며 은행별 판매 한도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금리가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는 데다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되면서 미리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아두자는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적격대출 1월 한도 330억원을 올해 첫 영업일인 지난 3일 모두 소진했다. 심지어 농협은행에선 1분기 할당량 전체가 4일 오전께 모두 팔려나갔다. 다른 은행에서도 적격대출 한도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격대출은 주금공이 은행 대출 상품을 모아 유동화한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발행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고정금리 주담대다. 주금공의 또 다른 주담대 상품인 보금자리론보다 금리 등 혜택에서 다소 불리하지만 소득 제한 등 대출 요건이 완화돼 있어 맞벌이 부부와 고소득자 등에게 인기가 높다. 상대적으로 대출 한도도 큰 편이다. 무주택자와 1주택자(대출 이후 2년 이내 처분 조건)가 구매하려는 주택 가격이 9억원 이하일 때 최대 5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청년, 신혼부부라면 만기 40년으로 월별 상환액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은행별 한도는 주금공이 분기별로 정한다. 이 범위에서 은행들이 따로 월별 한도를 설정하기도 한다. 올 1월 적격대출 금리는 연 3.4%로 최근 연 4~5%대까지 치솟은 은행 일반 주담대에 비해 낮다. 한 은행 관계자는 “매달 주금공이 은행에 채권 매입가격(금리)을 제시한 뒤 은행이 가산금리를 적용해 최종 금리를 산정한다”며 “그때그때 시장금리를 반영하는 은행 자체 주담대보다는 금리 반영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는 최근 2~3년간 일반 주담대 금리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적격대출의 인기가 시들했던 것과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금리가 본격적인 오름세를 탄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최근 일부 변동금리 주담대 최고금리가 연 5%를 넘어서면서 적격대출 매력이 더욱 커졌다.
분기나 월별로 총량이 할당되는 특성상 한도가 열리는 시점에서 판매가 중단되는 현상이 반복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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