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씨셀이 최근 세포치료제 ‘이뮨셀엘씨’(사진)를 인도로 기술수출했습니다. 국내 기업이 항암 치료 용도의 세포치료제를 해외로 기술수출한 첫 사례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2007년 판매승인을 받고 15년 만에 나온 성과입니다.
그런데 왜 ‘수출’이 아니고 ‘기술수출’일까요. 셀트리온처럼 의약품을 대량으로 제조해 세계 각국에 판매할 수는 없는 것일까요. 기술수출은 식당의 음식 ‘레시피’를 파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음식을 만들어 배달하는 게 아니라 똑같은 음식을 만들 수 있도록 조리 방법을 공유한 것이죠. 이런 방식의 수출이 불가피한 것은 세포치료제가 지닌 특성 때문입니다.
이뮨셀엘씨는 환자의 혈액을 채취해 면역세포를 배양한 뒤 다시 몸에 투여하는 ‘자가’ 세포치료제입니다. 사용상 주의사항에도 ‘환자 본인 이외의 사용은 엄격히 금한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즉 다른 환자에게 사용할 수 없으니 대량 생산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 환자의 피에서 특정 면역세포를 분리한 뒤 배양시설에서 배양을 하고 그렇게 배양한 면역세포를 환자에게 투여하는 절차를 거칩니다. 이런 치료 과정 때문에 세포치료제를 수출하려면 환자의 피가 국경을 넘어 다녀야 한다는 얘기죠. 수출이 아니라 기술수출을 하게 된 까닭입니다.
항암치료에 쓰이도록 승인받은 세포치료제는 현재 자가 세포치료제뿐입니다.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CAR-T치료제가 대표적인 자가 세포치료제죠. 지난해 국내 승인이 난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의 CAR-T치료제 ‘킴리아’도 국내 환자가 투약받기 위해선 환자의 피가 생산시설이 있는 미국을 다녀와야 합니다.
이뮨셀엘씨 얘기로 다시 돌아가 볼까요. 이뮨셀엘씨는 간세포암을 제거한 뒤 종양 제거가 확인된 환자에게 보조요법으로 쓰도록 허가받았습니다. 이뮨셀엘씨에는 환자의 피에서 채취해 배양한 면역세포가 들어 있습니다. 항암 세포치료제는 대부분 이처럼 면역세포를 원료로 합니다. 그래서 이름도 세포치료제죠. 이뮨셀엘씨는 여러 면역세포 중에서도 당장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는 활성화된 T세포와 ‘아군’ ‘적군’을 가리는 까다로운 검증 과정 없이 암세포라면 곧장 공격할 수 있는 특이한 T세포인 CIK를 주성분으로 합니다. 수술로 암세포를 제거한 뒤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르는 잔당들을 면역세포로 깨끗하게 청소하는 원리입니다. 평균 5~8회, 최대 16회 투여합니다.
이뮨셀엘씨는 2007년 출시 후 지난해까지 7800명 이상 환자에게 투여됐습니다. 연평균 매출증가율은 25.1%에 이릅니다. 지난해 매출은 390억원으로 추산됩니다. 이뮨셀엘씨 투약 환자는 아직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환자 부담금은 1회에 500만원 정도입니다. 지씨셀은 이뮨셀엘씨를 이용할 수 있는 환자가 늘어날 수 있도록 췌장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임상 결과를 확인하게 되면 이뮨셀엘씨를 처방할 환자군도 늘어나겠죠.
500만원에 달하는 약가가 비싸다는 지적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1회 투약비용이 5억원에 이르는 킴리아 등 외산 CAR-T치료제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한 편입니다. CAR-T치료제는 1~2차 항암치료에 실패한 일부 혈액암 환자에겐 ‘끝판왕’ 치료법입니다. 보조요법인 이뮨셀엘씨와는 다릅니다. CAR-T치료제가 비싼 까닭은 T세포의 유전자를 조작하는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쓰이는 바이러스도 고가죠. 이 때문에 건강한 사람의 면역세포를 활용해 대량생산이 가능한 CAR-T치료제를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