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명품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중에서도 국내 소비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로 꼽히는 샤넬이 이르면 중순께 유럽·미국 등에서 대대적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도 샤넬의 글로벌 가격 정책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국내에서도 곧이어 가격 인상이 있을 것으로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때문에 명품 정보를 공유하는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가격 인상 소식을 묻는 글이 줄 이으며 또 한 번 '오픈런' 대란을 예고하고 있다.
7일 국내외 명품업계에 따르면 이달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샤넬의 탑핸들 플랩백과 보이백, WOC(wallet on chain)백 가격이 3~10%가량 인상될 예정이다. 미국에선 2022년 봄 시즌이 새로 시작되는 오는 17~18일(현지시간)쯤 인상 소식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은 14일(현지 시간)로 점쳐진다.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은 대부분 지난해 11월 가격 인상에서 제외됐던 제품들이다. 미국 시장 기준 '코코핸들'이라 불리는 핸들 장식의 플랩백 미니 사이즈는 4600달러에서 4800달러로, 미디움 사이즈는 5300달러에서 5500달러로 가격이 뛸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선 같은 제품 미디엄 사이즈의 가격은 610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미국 시장 인상분을 따라갈 경우 660만원(7일 환율 기준) 정도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샤넬의 대표 제품인 클래식백은 이번 인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정보는 미국과 유럽 판매 직원(셀러)들 사이에서 나온 소식. 국내에서 판매되는 제품도 가격이 인상될지 여부는 아직 미정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해외에서 제품 가격이 인상되면 국내 판매 가격도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이달 중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한 명품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봄 시즌이 시작되는 시점에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국내 시장에서도 1월 새 시즌에 맞춰 인상하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말했다. 샤넬의 지난해 국내 봄 시즌 시작일은 1월17일이었다. 올해도 1월 중순에서 말일 가량 시즌 시작을 알릴 것으로 전망된다.
샤넬은 지난해 2월, 7월, 9월, 11월 모두 네 차례에 걸쳐 가격을 6~36%가량 인상한 바 있다. 올해도 연초부터 가격 인상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라 새해 벽두부터 샤넬 주요 매장은 가격인상 전 제품을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의 경우 지난 5일 오전 9시 기준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추운 날씨의 평일 아침이란 점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새벽부터 오픈런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들을 중심으로 제품을 구하려는 소비자들의 우려도 흘러나온다. 한 커뮤니티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사는 게 이득" "지방에 사는데 1월 중 오픈런 하러 서울 백화점을 들러야 할지 고민된다" "어떤 품목이 오를지 몰라 일단 재고가 있으면 사야할 것 같다" 등의 글이 여럿 올라왔다. "샤넬 가격이 너무 올라 차라리 에르메스로 갈아타야 하나 싶다"는 소비자도 있는가 하면 "올해도 4~5번 인상할 것 같은데 부동산·주식보다 샤넬 오름세가 더 가파르다" 같이 가격인상에 불만을 표하는 글도 적지 않았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