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안보의 핵심은 ‘기술’이며, 미·중 간 패권 경쟁은 ‘기술전쟁’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리는 이 파도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이순신 장군의 필승 전략을 떠올려 본다.
이순신 장군은 ‘정보전의 대가’다. 명량해전에서 ‘초탐선(哨探船·정보수집선)’을 활용해 울돌목의 지형, 조류, 날씨, 적군의 동향을 분석한다. 이렇게 수집한 정보는 대포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전장을 이길 수 있는 곳으로 만든다. 또한 장군은 새로운 무기를 배치해 전력의 열세를 딛고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세계 최초의 철갑선인 거북선을 발명하고, 사거리 900보인 천자총통으로 사거리 100보인 왜군의 조총을 무력화시킨다. 한편 장군은 화약무기를 다루는 병서 배포를 금지하고, 작전계획이 유출되지 않도록 비밀관리에 힘쓴다. 노량해전에서 자신의 죽음마저 비밀에 부쳤음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이런 전략으로 임진왜란 7년간 무패신화를 일궈낸다.
울돌목에 서서 전장을 지휘하던 이순신 장군, 그가 현재 기술전쟁의 소용돌이를 보면 우리에게 어떤 조언을 내놓을까. 현대판 초탐선을 만들어 기술의 지정학적 위치와 흐름을 파악하는 한편 공급망의 전략적 요충지(choke point)를 선점하라고 할 것이다. 희토류, EUV(극자외선), 포토레지스터는 울돌목과 같은 요충지다. 또한 천자총통과 거북선이 전장의 판세를 바꾸었듯이, 인공지능·양자·반도체·바이오·6G 등 신기술을 서둘러 확보해야 한다고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400여 년 전과 마찬가지로 전쟁에서 보안은 생명과도 같다. 우리 기술과 영업비밀이 경쟁국에 유출되는 것을 막고 핵심 인력을 지켜내야 한다고 조언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조언을 어떻게 실천할까. 답은 바로 ‘특허’에 있다. 특허청에는 세계 각국의 첨단기술이 모인다. 기술정보의 80%는 특허를 봐야만 알 수 있다. 세계적으로 매년 300만 개의 특허가 새롭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쌓인 특허에는 핵심 기술, 기업 판도, 핵심 인력과 같은 5억 개의 정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를 분석하면 세계 기술지도를 그려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술 공급망과 전략적 요충지도 확인할 수 있다. 특허청에선 1000여 명의 심사관이 모여드는 기술을 심사하고 있다. 이들은 특허심사뿐 아니라 첨단기술의 흐름을 읽어내고 미래를 내다보며 우리 기술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더욱이 검찰·법원에 30명의 심사관이 파견돼 있고 22명이 기술경찰로 활동하면서 기술과 영업비밀을 지키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이순신 장군은 전무후무한 불패신화의 기록을 남겼다. 결코 기적이 아니다. 이길 수 있는 조건을 미리 만들면서 대비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4위 특허강국이다. 그 힘을 바탕으로 기술전쟁을 미리 준비한다면 임진왜란의 불패신화를 오늘날 재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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