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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빔]서울에서 부산까지, 이동 전쟁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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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이동 수단, 이동 공간, 이동 방식의 경쟁

 서울 상암동에서 부산 해운대까지 이동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 어떻게 이동할 것인가? 흔히 언급되는 '모빌리티(Mobility)'는 이처럼 이동의 근원적인 질문에서 시작된다. 

 부산 해운대를 가기 위한 첫 번째 고민은 이동의 공간 선택에서 시작된다. 하늘로 갈 것인가? 바다로 갈 것인가? 아니면 육상 이동을 선택할 것인가? 공간이 선택됐다면 해당 공간을 활용해 이동하는 수단을 봐야 한다. 하늘이라면 추력이 필요한 항공기, 수직 이착륙의 헬리콥터 등이고 바다로 간다면 선박을 타야 한다. 그리고 선박도 대형, 소형, 중형, 쾌속 등을 고를 수 있다. 이와 달리 육상 이동을 선호한다면 선택지가 상당히 많다. 도보, 기차, 자전거, 이륜차, 자동차, 버스 등이다. 이 중 많은 선택을 받는 것이 바로 기차, 버스, 승용차 등이다. 결국 이동이 필요한 사람의 선택을 받기 위해 운송 사업자 간 경쟁이 펼쳐지고 적절한 방식의 이동 수단이 제공되는 셈이다. 

 여기서 가장 많이 주목받는 것은 육상의 '이동 수단'이다. 그 중에서 자동차를 이용해 부산까지 가는 이동 방법이 가장 흔하다. 이때 이동 수단을 고르는 것 외에 또다시 선택이 나뉜다. 직접 운전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의 운전에 승객으로서 탑승할 것인가? 탑승을 고르면 법적 지위를 가진 유상운송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버스보다 승용차를 선호하면 택시를 이용해도 된다. 물론 현실에선 바퀴 달린 유상 이동 수단으로 장거리를 갈 때 대부분 기차 또는 버스가 활용된다.  

 반면 직접 운전할 수도 있다. 이때는 대부분 승용차를 이용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제품이 존재한다. 대중적인 것부터 프리미엄, 그리고 사용하는 연료 및 형태에 따라 엄청나게 많은 이동 수단이 즐비돼 있다. 흔히 자동차, 그 중에서도 승용차로 분류되는 것들이다. 그리고 자동차회사는 이동에 필요한 이동 수단을 직접 운전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에서 이동 수단을 만들어 판매하는 제조업을 펼쳐왔다. 

 이처럼 모빌리티 산업은 기본적으로 이동에 필요한 적절한 수단을 만드는 제조업, 그리고 만들어진 제품을 이용해 이동이 필요한 사람을 옮겨주는 운송업, 나아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시간과 운전자의 피도로를 줄여주는 IT 사업, 그리고 이동 수단이 움직일 때 필요한 에너지 사업 등으로 구분돼왔다. 이 가운데 다시 선택이 나눠지는 곳이 바로 운송 사업이다. 운전을 누가 할 것인가로 1차 구분이 됐다면 2차 기준은 운전 여부가 아니라 '이동 수단(자동차)을 누가 소유할 것인가'로 나눌 수 있어서다. 개인이 소유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자동차를 금융상품으로 인식하면서 잠깐 이동이 필요할 때 빌려주는 사업, 즉 렌탈이 적지 않다. 그리고 렌탈도 장기, 단기, 초단기 등으로 나누는데 초단기를 시중에선 '카셰어링'이라는 그럴 듯한  이름을 붙이고 공유라는 표현을 쓴다. 자동차를 여러 사람이 이용한다는 점에서 '공유'지만 큰 틀에선 그냥 렌탈의 연장선일 뿐이다. 이 중에서 장기간 빌려주는 방식은 렌탈도 있고 리스도 있다. 

 여러 사업 분야 가운데 범위를 좁혀 운송업으로 들어오면 대표적으로 택시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IT 기업이 재빨리 뛰어들어 택시 이동을 원하는 사람과 택시를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이익으로 취하는 사업을 전개했다. 덕분에 손 흔들고 택시 잡던 때는 과거 '마차 시대'로 여겨졌다. 또한 킥보드 같은 새로운 이동 수단은 '4차 모빌리티 산업' 기치를 내걸고 이용자 스스로 운전하는 운송업에 진출했다. 그러니 육상 운송업에선 버스, 마을버스, 택시, 킥보드, 자전거 등이 서로의 이동 영역 경쟁을 벌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세상이 변하고 있다. 인구 감소와 노령화, 그리고 디지털 변화가 시작되면서 굳이 부산까지 가서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업무적으로 이동하지 않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동 수단을 만들어 판매하던 기업 입장에선 위기가 아닐 수 없다. 결국 직접 만든 이동 수단으로 이동이 필요한 사람을 이동시켜주는 유상운송 사업에 뛰어든다. 이동 수단의 제조에 머물지 않고 '스마트 모빌리티' 사업으로 운송업 진출을 호시탐탐 노린다. 이동 수단 판매 수익 외에 운행 이익도 얻을 수 있어서다. 지금까지 운송사업자에게 자동차 제조사는 이동 수단을 판매하는 곳이었지만 더 이상 판매자로 남지 않고 운송의 경쟁자가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변화는 사람의 이동이 아닌 물건 이동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다. 물건을 적절하게 싣고 이동이 가능한 이동 수단을 만들던 제조사가 물건을 직접 이동시켜주는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그러자 오랜 시간 물건 이동에 특화된 물류 기업이 방어선을 펼치는데 대표적인 방법이 전동화 된 이동 수단의 직접 제조다. 지금까지는 내연기관의 복잡성에 따라 만들 수 없었지만 내연기관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물건만 실어 나르는 이동 수단이라면 자신들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여기에 IT 기업이 지능 고도화를 내세워 같이 만들자는 제안을 쏟아낸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는 물건 이동의 공간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5㎞의 구간에서 물건을 이동시키려 할 때 육상과 하늘, 어디를 선택할 것인가? 물류비를 줄이기 위해 결국 인간 운전자를 배제해야 하는데 장애물이 없다는 점에서 하늘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물류 드론이 주목받는 것이고 직접 제조 또는 다른 이가 만든 제품을 구입해 물건을 이동시켜주는 도심 항공 물류 사업에 관심이 쏟아진다. 

 물론 이런 흐름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지금도 진행형이고 어떻게든 모든 사업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끊임없이 매진한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단계인 운전자 비용을 없애려 한다. 당연히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 이뤄낼 것임은 분명하다. CES 2022의 주제가 '로봇(Robot)'이라는 점은 인류의 기술 개발이 운전자 배제로 향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GM을 비롯해 모든 자동차회사가 미래 사업 전략을 모빌리티로 삼는 것도 결국은 디지털 변화 탓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모든 것의 가장 아래에 에너지가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제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말라는 목소리가 높다. 정유사가 미래 기름 수요 감소를 우려해 드론 물류에 뛰어드는 것도, 자동차회사가 수소발전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것도 바로 에너지를 쥐고 있어야 이동 수단을 움직일 수 있다는 확고한 사실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모든 분야를 일컬어 '새로운 모빌리티 시대'라고 부를 뿐이다. 

 권용주(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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