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넥스원의 ‘AI 역사’는 여타 대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율형 전자전 시스템 개발에 착수한 2016년이 시초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이 있던 해였다.
다만 속도는 매서웠다. 착수한 AI 프로젝트가 5년간 80건에 육박한다. 이승영 LIG넥스원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중심축이다. 지능형소프트웨어(SW)연구소장이었던 그는 작년 12월 CTO에 올랐다. AI 전문조직을 이끌던 인물이 CTO로 ‘직행’하는 경우는 드문 사례다.
대학에서 전자공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이 CTO는 순수한 AI 연구자에 가까웠다. 석사과정 재학 시절 이미지 인식 기술을 공부했던 그가 연이 없던 방위산업체에 지원한 동기도 순전히 호기심에서였다. 입사 이후론 줄곧 신무기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국방 정보기술(IT) 분야 전문 역량을 쌓았다. 그는 “첫 부서가 지대공 미사일을 만드는 ‘천궁’이었고, 대잠어뢰인 ‘홍상어’까지 2종의 무기를 개발했다”며 “도합 10년이 걸렸다”고 했다.
지능형SW연구소 편제가 바뀐 이후 그는 ‘AI 선봉장’을 자처했다. 직원들이 그를 그렇게 불렀다. 방위산업체의 향이 물씬 느껴지는 수식이지만 그만큼 저돌적으로 업무를 수행해왔다는 것이 동료들의 평가다.
그는 지난 5년을 “타깃을 정확히 설정하는 법을 축적한 시간”으로 요약했다. AI가 ‘만병통치약’ 같은 취급을 받는 경우가 흔하다 보니, 의사결정 과정에서 프로젝트가 비대해지거나 현실에 맞지 않게 설정되는 시행착오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는 AI 도입을 고려하는 기업이 공통적으로 겪는 현상이기도 하다. 이 CTO는 “쉽지 않겠지만 AI 전환을 이끄는 조직과 연구자들의 주체적인 개발 범위 조정이 있어야 한다”며 “무작정 프로젝트에 예산을 쏟아붓기보다 재교육 과정을 확대해 AI를 이해하는 인력을 늘리려는 시도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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