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살에 갇힌 심통 난 얼굴, 비뚤배뚤한 치열을 드러내며 분노한 표정으로 뭔가를 말하려는 듯한 여성, 끊어진 줄…. 강렬한 색감의 기괴하고 도발적인 이미지들이 화면을 가득 메운다. 인형들의 얼굴에서는 짜증과 불만, 체념이 읽힌다. 중국 출신 청년 작가 야오다니(26)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 따른 억압과 규제에 따른 불만을 표현한 ‘Semi Reflexive(사진)’다.
서울 회현동 금산갤러리와 금산윈도우갤러리, 인사동 윤갤러리에서 한·중 유망 청년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위로: 비타민 챙겨 먹듯이’ 전시가 오는 6일 개막한다. 권혜승 김다히 윤필현 임정철 야오다니 등 20대 후반~30대 초반 작가 다섯 명의 회화 60여 점을 펼친 전시다. 유서 깊은 상업 갤러리들이 젊은 작가의 작품을 한 달에 걸쳐 내거는 것은 좀처럼 보기 드물다.
전시장에는 팬데믹 상황에서 인간이 느끼는 감정을 저마다 다른 관점에서 조명한 작품들이 걸렸다. 윤필현(26)은 어린아이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화풍으로 아파트촌을 그린 ‘Welcome! We yellow town’을 통해 소통의 문제를 다룬다. 입주민 모두가 자가격리 중인 아파트 단지의 풍경과 불안한 색채를 통해 이웃 간 대면이 줄어드는 현대사회의 단면을 단적으로 표현했다.
임정철(33)은 공상을 통해서나마 코로나19로 인한 괴로움을 잊으려고 시도한다. 그의 그림 ‘Debater’는 달나라를 모험하는 토끼를 주제로 한 작품이다. 순수함을 상징하는 파스텔톤의 색채와 천진난만한 도상들이 보는 이의 마음을 안정시킨다. 낙서 같으면서도 자연스러운 표현과 질감에서는 오세열 화백(77)의 작품이 연상된다.
김다히(31)의 ‘흐르고 번지는 기억’은 코로나19 극복의 염원을 담았다. 장지에 파스텔톤의 색채로 달, 돌탑과 나뭇가지 등 소망을 상징하는 소재를 그렸다. 간절한 마음을 표현하면서도 차가운 계열의 색과 부드러운 윤곽 표현으로 힘을 뺀 게 특징이다. 권혜승(30)은 ‘Blooming’에서 다양한 식물이 피어나고 마르는 과정을 표현했다. 팬데믹을 자연의 끊임없는 변화와 창조 과정의 일환으로 바라보고 생명의 위대함을 상기시키려는 시도다.
황달성 금산갤러리 관장은 “어려운 시기에도 흔들림 없이 창작 활동을 하는 청년 작가들을 소개하기 위해 전시를 마련했다”며 “전시 작품들을 통해 끝없이 이어지는 팬데믹 상황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마음을 비타민처럼 치유하고 위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달 4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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