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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한경 신춘문예] "타인 삶을 들여다보는 시간, 그게 영화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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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광이던 쿠엔틴 타란티노와 박찬욱은 영화감독이 되기 전 비디오 가게에서 일했다. 비디오 가게가 없어진 지금의 영화광들은 어디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꿈을 키우고 있을까. 영화 대본 ‘닮는 여자’로 2022 한경 신춘문예 스토리 부문 3등에 당선된 황태양 씨(31·사진)는 “만약 비디오 가게가 있다면 당연히 거기서 일했을 것”이라고 했다. 대신 그는 서점에서 일한다. 1주일에 5일, 하루 8시간씩 일하고 나머지 시간엔 오로지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대본을 쓰며 보낸다. 그게 벌써 8년째다.

“저는 이렇다 할 학벌도 없고, 영화 관련 수업도 듣지 않은 뭣도 없는 사람이에요. 영화를 너무 좋아하기에 영화를 잘하고 싶었어요. 그 방법은 세상에서 영화를 제일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죠. 밥벌이가 끝나고 남은 시간은 모두 모니터 앞에 앉아 있어요.”

‘닮는 여자’는 얼굴이 바뀌고 그때마다 다른 사람인 척 연기하며 살아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렸다.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부러움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작품은 ‘나로 살지 않을 수 있다면 우린 과연 행복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며 “외모를 제외하면 무엇이 우리가 우리임을 증명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은 깔끔한 구성과 안정된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황씨는 학생 때 사진을 공부했지만 영화가 가진 매력에 더 이끌렸다. 영화는 표현하고 싶은 것을 더 정확히 표현할 수 있었다. 누군가의 삶에 들어가볼 수 있는 점도 좋았다. “타인의 삶을 집중해서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없잖아요. 그 자체로 저는 경이롭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그의 작품이 늘 어둡고 난해하다고 평가했다.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그래도 그가 영화를 놓을 수 없었던 것은 영화 말고는 다른 건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영화가 좋았기 때문이다. “포기라는 선택지는 없었어요. 그래서 더 암담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영화와 함께한 시간을 생각하면 영화에서 너무 많은 것을 받았고, 너무 고맙고, 영화에서 받은 것을 영화로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언젠가 자신의 작품을 직접 연출하는 게 꿈이라는 그는 “영화가 영화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영화를 다 보고 났을 때 영화가 시작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며 “상을 받았다고 달라진 것 없이 묵묵히 계속 작업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좋아하는 운동선수가 경기에서 승리한 뒤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맞았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일일이 나열하기엔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히 이모와 누나, 윤수에게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다”고 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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