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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가 우선”…‘AI 특허’ 챙기는 일본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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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개발에 있어 중요한 요소는 여럿입니다. 인공지능(AI)도 다르지 않습니다. 특허는 그중에서도 ‘실력’을 증명할 수 있는 뚜렷한 수단입니다. 기술 완성도부터, 잠재된 사업성까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일본에서 자국 AI 특허 생태계를 추적한 보고서가 공개됐습니다. 최신 AI 기술을 접목해 출원 수를 늘려가는 점이 눈에 띕니다. 기업 중심의 AI 특허 생태계 구축은 또 다른 특징입니다. ‘돈 되는’ AI 기술을 선점하려는 일본 특허 동향을 소개합니다.
머신러닝 특허 '90%'…기술 무장 마친 日
최근 KOTRA 일본무역관은 일본특허청(JPO)이 공개한 자국 AI 관련 특허 출원 현황 보고서를 분석해 발표했습니다. 1988년부터 2019년까지 특허 동향을 추적한 보고서에는 일본 내 AI 특허 증가량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통상 1000건 전후를 기록하던 일본 AI 관련 출원 수는 2014년부터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며 2019년 결국 5000건을 넘어섰습니다. 기준에 차이가 있으나, 일본은 최근 KAIST 혁신전략정책연구센터가 조사한 AI 특허 동향 보고서에서도 글로벌 4위권 출원 수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TOP 5'에 진입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한 셈입니다.



호황이 처음은 아닙니다. 일본은 1980년대 후반과 1900년대 초반에 걸쳐 AI 특허 ‘붐’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마다 시각차가 있지만, 당시는 AI가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는 시기였습니다. 다만 일본은 1991년을 기점으로 약 20년간 AI 특허 침체기를 겪습니다. KOTRA는 “제2차 AI 붐에서 유행한 것은 전문 지식을 미리 입력시키고 출력 받는 형태였지만, 사전에 모든 규칙을 컴퓨터에 학습시킬 수는 없어 붐이 오래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정해진 규칙을 가르치는 과거 AI 개발 방식은 특허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뜻입니다. 사람처럼 판단하는 인공신경망에 대한 연구도 존재하긴 했으나, 하드웨어(HW) 성능이 떨어졌던 점도 침체 이유입니다.

다만 2014년부터 시작된 AI의 ‘제3차 전성기’는 다른 양상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발전과 머신러닝 등 이론 발달에 힘입어 AI 특허 출원 건수가 5년 만에 약 5배가 증가했습니다. 최신 기술 접목은 더욱 두드러집니다. AI 발명 내 머신러닝 기술이 관련된 비율은 통상 50~60%를 유지해왔지만, 같은 기간 90%까지 올랐습니다. 특히 동영상 인식 처리에 쓰이는 인공신경망 기술 ‘CNN’, 음성 및 텍스트 처리에 특화된 ‘LSTM’과 ‘RNN’ 기술을 이용한 AI 특허는 각각 1000건과 500건 전후를 기록해 괄목할 성장을 거뒀습니다. 2014년까지만 하더라도 일본 내 관련 특허가 0건에 가깝던 기술들이라 시선이 더욱 몰립니다.
12개 기업이 '글로벌 TOP 30' AI 특허 보유
일본 AI 특허 성장의 중심에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이 발표한 세계지식재산기구 AI 특허 출원 보고서에선 관련 내용이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AI 분야 특허 패밀리(출원 후 등록 전이거나 등록된 특허) 순위에서 일본 도시바와 NEC가 ‘TOP5’에 들었습니다. 각각 5223건과 4406건으로, 2위를 기록한 마이크로소프트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상위 30개 기업을 기준으로는 일본 국적 기업이 가장 많았습니다. 소니·캐논·후지쯔·파나소닉 등 총 12개 기업이 이름을 올려 1위를 기록했습니다. 미국(6개)과 중국(5개)을 제친 결과입니다. 국내선 삼성이 5102건으로 4위, LG가 2213건으로 19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가 1936위로 20위를 기록해 총 3개였습니다. 일본에 비하면 25% 수준밖에 되지 않는 셈입니다.

AI 특허 관련 통계는 맹점을 갖고 있기는 합니다. 어디까지를 ‘AI 기술’로 규정할 것인가는 통계마다 기준이 달라서, 특허 수 단순 비교는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각종 국내외 통계에서 한국과 일본의 AI 특허 출원 수가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도 기준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그럼에도 일본과 한국 기업들이 AI 특허를 대하는 태도는 다소 상이하다는 평가입니다. 국내엔 오픈소스와 논문 실적을 중심으로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기업들이 많지만, 일본 기업들은 특허 확보에도 무게중심을 둔다는 것입니다.

“기술 하나 만들고 특허부터 신청하는 것은 예전 방식이고, AI 기술은 몇 달 지나면 이전 것이 쓸모가 없어 특허 확보가 중요하지 않다”는 일각의 의견도 존재합니다. 다만 수익성에 목마른 AI 업계 특성상, 사업화 기회를 노리는 데는 여전히 특허의 '힘'이 요구될 수 있습니다. 출원 수를 단순 경쟁할 필요는 없지만, ‘똘똘한 AI 특허’를 챙기려는 노력은 우리 기업들의 AI 서비스 상용화에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시은 IT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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