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누리호발사조사위원회(위원장 최환석 항우연 부원장)가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29일 발표했다. 헬륨 탱크가 이탈하면서 산화제(액체산소) 탱크를 휘젓고 다녔고, 이에 따라 탱크 내부에 균열이 생겨 산화제가 누설되면서 3단 엔진이 정해진 추력을 못 냈다는 설명이다.
조사위는 누리호가 비행하면서 보내온 2600여 개의 텔레메트리 데이터를 토대로 3단 궤도 이탈 원인을 분석해왔다. 발사 직후 조사에서 3단 산화제 탱크 압력이 저하된 사실은 발견했으나, 이에 대한 원인을 특정하기 위해 2개월간 조사를 했다. 발사 실패 원인이 명확해지면서 이날 증시에선 쎄트렉아이가 5%가량 오르는 등 관련 종목이 강세를 보였다.
○발사 직후 이상 포착
조사위에 따르면 누리호 3단 이상 징후는 이륙 36초부터 나타났다. 3단 탱크 연결부와 위성 어댑터 등에서 특이 진동이 감지됐다. 이때 헬륨 탱크 3개 중 2개가 지지대 파손으로 이탈하면서 배관이 부서져 헬륨이 누설된 것으로 분석됐다. 67.6초엔 산화제 탱크 상부 표면온도가 급격히 내려갔다. 모두 1단 분리(127초)에서 한참 이른 시점이다.누리호 1단 분리와 2단 분리 시점 속도는 각각 초속 1.8㎞, 2.4㎞다. 일반 여객기 속도가 초속 250m임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가속도다. 3단 분리 시 속도는 2단 분리 때의 세 배인 초속 7.5㎞에 이른다. 이런 가속력에 따라 액체 산화제 속에 있는 헬륨탱크에 더 큰 부력이 가해졌고, 탱크 고정장치가 이를 견뎌내지 못했다. 다만 이상이 생긴 부분은 3단 산화제 탱크에 국한돼 1, 2단 분리까지는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부력은 액체 또는 기체 속에 담긴 물체가 떠오르려는 힘이다.
누리호 3단은 위에서 아래로 산화제 탱크-연료 탱크-엔진 순으로 돼 있다. 산화제 탱크에서 산화제를 연료탱크로 내려보내면 두 추진제가 섞이면서 폭발해 엔진 추력을 낸다. 산화제 탱크 내엔 고압 헬륨 탱크 3개가 따로 있다. 헬륨은 산화제 소진에 따라 내려가는 압력을 일정하게 유지해 탱크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항우연 관계자는 “헬륨탱크를 설계할 때 비행 시 부력 증가에 대한 고려가 미흡했다”고 밝혔다.
○“내년 5월 2차 발사 어렵다”
원인은 규명됐지만 기술적 보완이 필요한 만큼 내년 5월 실제 위성을 탑재하는 2차 발사는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권현준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략적인 개선안은 마련했지만 구체적 방안은 논의 중”이라며 “현재로선 내년 5월 2차 발사는 어렵고, 하반기께엔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최환석 조사위원장은 “2015년 미국 스페이스X도 누리호와 동일하게 부력에 의해 헬륨탱크가 부상해 산화제 탱크와 충돌하면서 폭발사고가 난 적이 있다”며 “해외 우주 선진국처럼 소중한 경험을 한 것으로, 이번 조사위 활동을 통해 많은 기술을 축적했다”고 설명했다.
누리호 발사 실패 원인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 등으로 이날 우주항공 관련주는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LIG넥스원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각각 3.51%, 2.66% 오른 6만7800원, 4만8250원에 마감했다. 쎄트렉아이 종가는 4만6100원으로 전날보다 5.01% 올랐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궤도 진입 실패 원인을 명확히 밝혀낸 것만으로도 국내 우주항공 기술 수준이 이전보다 굉장히 높아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