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2020년부터 지구촌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상황에서 도시정책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원천적으로 유지하는 방안을 스마트시티(smart city)에서 찾기 시작했다. 세계 각국에서는 스마트시티의 개념을 약간씩 다르게 정의해 왔다. 종합하면, 스마트시티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도시 경쟁력과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혁신 도시다.
스마트와 도시화라는 두 가지 메가트렌드를 융합한 스마트시티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사실은 도시가 미디어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이다. 도심의 옥외광고 공간은 상업적 메시지를 노출하는 공간이라는 기존의 기능을 넘어 예술가와 시민이 참여하는 문화 콘텐츠 전시 공간으로 활용된다. 빌딩 외벽은 디지털 사이니지나 미디어 파사드를 구현하는 매체로 탈바꿈해 거리의 미술관 기능을 하고 있다.
정부는 2018년 1월에 ‘국가스마트도시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위원회는 스마트시티 정책을 결정하는 법정 기구다. 시범도시 지정을 비롯해 주요 정책을 심의해 온 위원회는 스마트시티 종합계획(2019~2023년)을 확정했고, 현재 전국 각지에서 스마트시티 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주요 스마트시티 정책은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조성, 기존 도시의 스마트화, 데이터 기반의 도시 운영, 스마트시티 산업 육성, 스마트시티 해외 협력이라는 다섯 가지 분야다.
도시의 모습과 기능은 ICT를 바탕으로 아름답게 변모하며 스마트시티로 탈바꿈하고 있다. 유승철 이화여대 교수는 스마트시티가 메타버스 미디어 공간이 되는 현상을 ‘테코레이션(Tecoration=technology+decoration)’이라고 명명했다. 다시 말해, ICT를 바탕으로 도시 공간을 아름답게 꾸미고 구축하는 작업이 테코레이션이다. 디지털 미디어 기술이 옥외광고와 만나면 옥외광고 테코레이션이, 빅데이터 기술과 도시 공간이 결합되면 스마트시티 테코레이션이 된다. 이 밖에도 디지털 빌보드, 사용자 경험 테코레이션, 디지털 사이니지와 메타버스 접목, 도시 예술로서의 테코레이션, 도시 브랜딩 테코레이션 같은 여러 영역이 있다.
스마트시티의 지향점은 ICT를 활용해 도시 시설물을 지능화시켜 지속가능한 첨단 도시를 만드는 데 있다. 스마트시티에서 첨단 시스템을 갖추는 데 필요한 네 가지 구성 요소는 인프라, 데이터, 서비스, 제도이다. 네 가지 구성 요소와 테코레이션이 만나면 지속가능한 스마트시티가 더 멋있게 구현될 수 있다. 시민 소통을 위해 특히 중요한 요소는 행정, 안전, 교통, 생활, 복지, 환경, 에너지, 수자원 같은 서비스 분야다. 예컨대, 프랑스에서 진행한 ‘두려움 없는 밤(fearless night)’ 캠페인은 도시의 범죄 예방에 기여했다. 파리 외곽의 어두운 거리에 설치된 옥외광고 키오스크의 조도를 저녁 9시부터 아침 7시까지 20% 높여 보행자의 안전을 보장하자는 캠페인이었다. 범죄에 관한 빅데이터와 옥외광고를 창의적으로 결합해 강력 범죄를 예방하는 성과를 거뒀으니 현장 맞춤형 정책 서비스로 평가할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보통 스마트시티라고 하지만, 중국에서는 스마트시티 대신 ‘지혜성시(智慧城市)’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스마트를 ‘지혜’로 해석한 대목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환경이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현명한 대처 방안을 찾아내는 지혜의 도시가 스마트시티라는 뜻이다. ICT를 바탕으로 도시의 물리적 공간을 지혜의 콘텐츠로 꾸며나가면 더 살기 좋은 도시로 거듭날 가능성이 높다. 테크놀로지와 데코레이션이 만나 도시 공간을 아름답게 꾸며나가는 테코레이션 세계도 지혜의 콘텐츠로 소통의 시공간을 확장해나가는 끝없는 여정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스마트한 ‘지혜의 도시’로 바꿔가는 과정에서, 테코레이션은 결정적인 역량을 발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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