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 시대는 ‘뉴 애브노멀’로 요약된다. 종전의 이론과 규범, 관습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미래 예측까지 어렵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용어다. 예측이 어려울수록 무용론까지 제시되고 있으나 오히려 정확해야 혼돈에 빠진 경제 주체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안내해 줄 수 있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전문가일수록 예측을 잘못했을 경우 나타나는 ‘마이클 피시 현상’이다. 마이클 피시는 1987년, 한 어부의 200년 만에 불어 닥친 초대형 허리케인 제보를 무시해 영국 경제가 엄청난 피해를 입었을 당시 유명한 BBC의 기상 전문가다. 전문가 말을 믿다간 오히려 더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올해 세계 경제 예측에서 가장 흔들린 항목은 인플레이션이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 것을 계기로 시작된 인플레 논쟁은 세계 중앙은행 격인 미국 중앙은행(Fed)이, 그것도 세계 중앙은행 총재 격인 파월 Fed 의장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예측 실패에 따른 파장이 컸다.
‘파월의 치욕’이라는 용어가 나온 인플레 논쟁을 성장률과 연관시켜 지난 5월 이후 숨가쁘게 전개된 과정을 되돌아보면 2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이 발표된 지난 7월 말까지는 ‘일시적이냐, 아니냐’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때까지는 시장에서도 파월 의장의 일시적이라는 의견에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문제는 올 2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이 발표된 지난 7월 말 이후 하이퍼 인플레 우려가 갑자기 제기된 것이다. 일시적으로 봤던 인플레가 계속 강해지는 상황에서 발표된 2분기 성장률 6.7%는 국내총생산(GDP) 갭으로는 무려 4.6%포인트의 인플레 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Fed가 추정하는 미국 경제 잠재 성장률은 2.1%다.
하이퍼 인플레 우려도 잠시, 세계적인 공급망 차질이 본격화된 올여름 휴가철 이후에는 성장률 둔화까지 예상되면서 ‘슬로플레이션’ 가능성이 제기됐다. 신조어인 슬로플레이션의 의미를 알아갈 무렵 3분기 성장률이 2.0%(확정치는 2.3%)로 급락한 것으로 나오자 2차 오일 쇼크 직후 나타난 스태그플레이션 악몽이 재연됐다.
파월 의장과 Fed에 대한 믿음도 급격히 추락했다. 이때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 국제통화기금(IMF)이다. 미국의 3분기 성장률이 발표되기 직전 IMF는 회원국 중앙은행에 물가 안정에 우선순위를 둘 것을 권고했다. 곤경에 빠져 있던 Fed도 ‘transitory(일시적)’ 멍에에서 벗어나 올해 마지막 회의에서 물가 안정에 초점을 맞춘 출구전략을 결정했다.
올해 재테크 분야의 예측은 ‘10만 전자·1억 비트·천슬라’로 대변된다. 특히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우리에게 ‘돈나무 언니’로 알려진 캐시우드가 50만달러까지 갈 것으로 내다봤으나 연말을 1주일 앞두고 5만달러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제로로 갈 것”이라고 주장한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과 함께 코인 투자자에게 양대 적으로 몰리고 있다.
우리 주식 투자자에게 가장 큰 손실을 가져다 준 예측은 10만 전자였다. 대형 증권사일수록 12만 전자도 가능하다는 예측을 내놓다 보니 이를 믿고 삼성전자 주식을 산 동학개미가 한때 500만 명에 육박했다. 지난 주말 어렵게 8만원이 회복돼 그나마 다행이지만, 지난달 7만원 밑으로 떨어졌을 땐 손실 폭이 커진 투자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일도 벌어졌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예측이 다 틀린 것만은 아니다. 한 나라의 경제나 증시는 고도의 복합 시스템이다. 이런 복잡성은 국내 예측 기관과 증권사가 의존하는 몇 개의 선행지표로는 포착할 수 없다. 올해도 미국 경제 사이클 연구소(ECRI·Economic Cycle Research Institute)의 예측, 특히 이 기관의 강점인 추세 예측은 적중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을 앞두고 각종 예측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얼마나 믿어야 할 것인가”를 놓고 또 다른 고민에 빠져 있는 것이 요즘 투자자를 비롯한 경제 주체들의 현실이다. 덕담 한마디 한다면 자기 본업에 충실하면 자기만의 예측이 가능하고 그것이 돈이 되는 정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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